[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에릭남/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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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었었죠? 혼자 버티는 것도 너무 어려운 거죠. 누가 이해한다고, 잘 해 보라는 것도 소용없는 말이죠.’
3년 전, 에릭남이 직접 쓴 ‘스톱 더 레인(Stop The Rain)’의 가사이다. 슬픔이 그득 묻어나는 한 마디 한마디. 하지만 계속 아프기만 한 건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잖아 저 높이 하늘을 봐요. 멀리 날아가 봐요. 우리를 믿어보면 할 수 있잖아.’
분명 희망이 있고, 빛이 보인다.

최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음반 ‘인터뷰(Interview)’를 통해 3년 만에 세상에 나온 이 곡은 에릭남의 행보와도 꼭 닮아 있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성행하던 때, MBC ‘위대한 탄생’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그저 음악이 좋아 한국에 온 청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고 2016년 봄, 에릭남은 비로소 긴 터널을 빠져나와 우산을 거뒀다.

10.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봄과 올해는 확실히 다르겠다.
에릭남 : 진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최근에서야 많이 풀리기 시작했고, 지난 일들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10. 하루하루가 새롭지 않나.
에릭남 : 사실 지금은 생각할 시간도 없다(웃음).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크게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기사가 많이 나는 것과 또 그에 대한 반응들이 커졌다는 것. 사실 인기에 대해 크게 가치를 두지 않고, 예전과 똑같이 지내려고 한다.

10. 무엇보다 ‘나 혼자 산다’,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을 통해 ‘에릭남’을 많이 알렸다.
에릭남 : ‘나 혼자 산다’에 대한 임팩트가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글쎄,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웃음). 사실 찍을 때는 재미없을까 봐 진짜 걱정했다. 사람들이 보다가 TV를 끌 거라고 생각했는데(웃음),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감사하다. 그동안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꾸준히 했는데, 에릭남에 집중된 적은 없었다. 이번엔 주인공까지는 아니어도, 시선을 많이 받는 예능을 하게 돼 익숙해지려고 노력한다. 조금 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하고.

10. 그럼, 조금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
에릭남 : 지금은 다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웃음). 노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도전하는 모습도. 욕심이 많다 보니까 조금 더 많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고 싶다. 지금까지 맛보기였다면, 이젠 구체적으로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주어진 방송과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잘하고 싶다.

10.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내놓은, 두 번째 미니음반 ‘인터뷰’에는 음악적인 역량을 충분히 드러냈다. 자작곡도 채우면서 가수로서도 한 걸음 도약했다.
에릭남 : 타이틀곡을 내가 만든 곡으로 활동하는 건 처음이다. 대중이 좋아해 주실까, 맞는 선택일까 걱정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가수의 역할인 것 같다. 공감하는 가사, 나의 이야기에 중심을 두고 싱어송라이터로서 에릭남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에릭남이 노래도 하고 작곡, 작사도 한다는 것, 그리고 나쁘지 않다는 정도만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

에릭남/사진=텐아시아DB
에릭남/사진=텐아시아DB
10. 음반의 구성은 어떻게 했나.
에릭남 : 사랑을 시작하는 설레는 마음부터 헤어짐까지의 이야기를 엮었다. 1번 트랙 ‘인터뷰’는 첫 만남, 연애의 시작이다. 4번 ‘노코멘트(No Comment)’는 완전 반대의 이별 곡으로, ‘왜 헤어졌지’라고 물으며 알고 싶어 고민하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썼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고,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완성도도 높다.

10. 타이틀곡 ‘굿포유(Good For You)’는 자작곡이다.
에릭남 : 힘들 때 어떤 말을 들으면 위로가 될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쓴 곡이다. 지난해 11월, 12월 곡을 많이 썼는데 ‘굿포유’는 편하게 만들었다.

10. 이번에는 음악방송도 활발히 했다.
에릭남 : KBS2 ‘뮤직뱅크’는 처음 나갔다. 가수 4년 차에 ‘뮤직뱅크’ 데뷔를 한 셈이다. 느낌이 이상했다(웃음).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면, 대부분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그들의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후배, 동생들과 활동할 수 있고 또 선배님들이 있으면 영광이고 반갑다. 또 예전보다 팬들의 응원 목소리가 커져서 놀랐다. 특히 다른 가수의 팬들이 응원을 해줄 때, 기분 좋고 뿌듯하다. 최근에는 노래를 하는데 응원이 너무 커 당황해서 가사를 잊어버릴 뻔 했다(웃음).

10. 자작곡이라 더 특별하고, 만족스럽기도 했을 것 같은데.
에릭남 :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확실히 모르겠다. 음원 차트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건지. 확실한 건 가수가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은 없지만 찾고 있는 중이다. 하고 싶은 노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0. 늘 고민하면서, 한편으론 속상하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
에릭남 : 아직 제대로 음악에 투자하지도 못하고, 도전도 못 했다. 지금까지는 가수 에릭남의 모습을 많이 못 보여 드렸다. 제대로 가수로 활동하고,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고 싶은데 이제 시작인 것 같다.

10.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번 음반에 수록된 ‘스톱 더 레인’은 에릭남의 이야기가 확실한 것 같다.
에릭남 : 3년 반쯤 전에 쓴 곡이다. 뭔가 생각대로, 뜻대로 되지 않던 때에 만들었다. 가족들은 모두 미국에 있고, 혼자 한국에서 지내면서 힘들었다. 그러던 중에 나온 노래이다. 깜깜한데, 조금이라도 희망을 찾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10. 3년 전에 만든 곡이라면, 이번에 세상에 나왔을 때 울컥했겠다.
에릭남 : 이번 음반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정말 기분 좋았다. ‘드디어 나오는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다만, 녹음을 하면서 아쉬웠던 건 그때의 감성을 살릴 수 없다는 거다. 그때의 목소리가 훨씬 더 살아있고, 어린 감성에 희망에 찬 느낌도 있었다. 다시 녹음하면서 그 느낌을 살려보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잘 안되더라. 무겁고 우울하게만 들려서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다.

에릭남/사진=텐아시아DB
에릭남/사진=텐아시아DB
10. 가족들이 있는 미국에 가지 않고, 홀로 한국에 남아야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했나.
에릭남 : 노래하려고 한국에 왔는데, 시작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그만두기에는 아까웠다. 지금까지 투자를 했고, 많은 분들에게 신세도 졌는데 그걸 다 놓고 돌아간다면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미국에 가도 똑같은 생각을 할 것 같았고, 그래서 힘들더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10. 많이 힘들었을 때, 리포터로 나섰다. 인터뷰어로 활동하면서 얻은 게 많았을 것 같다.
에릭남 : 인터뷰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건 언어, 한국말이 정말 많이 늘었다. 감사하게도 영어 인터뷰가 화제가 됐는데, 그전에 한국어로 한 인터뷰는 미숙한 점이 많았다. 당시에 큰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들을 극복하면서 해낸 것이 큰 플러스가 됐다. 방송을 어떻게 하고, 또 인터뷰의 답변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배웠다.

10.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나.
에릭남 : 곡을 쓰거나, 영화를 보러 간다. 아님, 친구들이랑 밥도 먹고. 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내가 뭘 잘못했지, 어디서 실수를 했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지난 것을 후회하는 게 아니라 곱씹으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다.

10. ‘나 혼자 산다’를 보고 느낀 건데, 시간 활용을 잘하는 것 같더라.
에릭남 :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해야 하는 것들은 다 해야 한다. 음반 준비를 하는 과정이나, 공식 스케줄 외에도 내가 신경 쓰는 프로젝트 등을 떠올리며 계속 머리를 쓰려고 한다. 안주하다 보면,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잘 안 풀리더라. ‘나 혼자 산다’ 속 모습은 모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10. 동생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에릭남 :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은데, 연락은 자주 한다. 막내 동생은 이제 대학교에 들어가서 혼자 다닐 수 있다 보니까, 전보다는 한국에 좀 더 쉽게 왔다갈 수 있다. 둘째 동생도 엔터테인먼트 쪽의 일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10.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늘 그리울 것 같다.
에릭남 : 아버지, 어머니께 해드린 게 없다. 앞으로 어떻게 갚는 것이 좋을까 고민한다. 부모님은 좋은 사람이 돼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하시는데,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부모님이 한국에 오셔서, 같이 일본 여행을 갔다.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선물까지 모두 해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 때 가족들과 함께 하는데, 몇 년째 같이 보내지 못 했다. 앞으로는 시간을 내서 가족들과 여행도 많이 하고 싶다.

10. 다시 음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음악적인 영감은 어디서 받나.
에릭남 : 생활하면서 힘들 때 가사를 쓰고, 곡을 쓴다. 신날 때가 아닌, 기분이 조금 다운됐을 때 생각하고 곡을 만든다. ‘굿포유’나 ‘스톱 더 레인’도 그렇게 탄생된 노래다. ‘굿포유’를 달달 하다고 하지만, 쓸 때는 슬픈 상태였다.

10.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미완성곡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에릭남 : 많지는 않고, 10곡 정도 되는 것 같다.

10. 곡이 있으니까, 다음 음반 구상도 쉽겠다.
에릭남 : 내 생각도 있지만, 주변 상황들도 맞아야 하니까 서로 맞춰가며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10. 다음 음반에 대해 그려놓은 그림이 있다면?
에릭남 : 달달한 것보다는 누가 들어도 재미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 댓글에 ‘목소리는 좋은데 남자도 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걸 본 적 있다. 스스로는 달달 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사가 달달 하다고 하더라(웃음). 앞으로는 장르 상관없이 많은걸 해보고 싶다.

에릭남/사진=텐아시아DB
에릭남/사진=텐아시아DB
10. 이번 음반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나.
에릭남 : 이번에는 조금 더 솔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렸다. 결국 다 사람들이라, 느끼는 것은 똑같다. 어느 누구의 ‘워너비 보이프렌드’나 ‘로망’ 보다는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느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 합동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에릭남 : 혼자 하는 공연이 아니라서 1시간 정도 주어질 것 같다. 새 음반에 수록된 곡들을 부를 것이고, 커버 곡들도 지난해 단독 콘서트 때와는 다르게 구성할 예정이다.

10. 최근 할리우드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다.
에릭남 : 지난해인데, 국내 활동과 맞지 않아서 못가게 된 것도 있고, 이번에도 오디션 몇 개를 봤다. 직접 가서 보여주는 것과 테이프만 보내는 건 차이가 있어서 아쉬움도 있지만, 우선은 한국에 집중해서 이름을 알리고 자리를 잡아야 마음 편하게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전은 계속하고 있다.

10. 놓치기 아까운 기회인데, 국내 활동으로 포기하는 것이 아쉽지는 않나.
에릭남 : 아쉽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나를 어리게 본다. 고등학생 역할에 제안이 들어오고. 미국에서 ‘서른이 한참 넘어도 어린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한다(웃음). 나중에 외모에 맞는 역할을 찾겠지(웃음).

10. ‘위대한 탄생’에 도전했을 때도 그렇고, 할리우드 오디션까지. ‘지금’에 집중한다는 느낌이다.
에릭남 : 물론 좋은 기회들이 있으면 잡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신이 있고 확실함이 있어야 다른 것들도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한다. 다 하려고 하면 어설프고, 놓치는 것이 분명 있을 거다. 욕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놓치고 가기 때문에 하나라도 제대로 하려고 한다.

10. 이번 활동을 마무리 지을 즈음, 한층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겠다.
에릭남 : 아쉬운 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상반기는 바쁘게 보낼 것 같은데, 감사하게 열심히 해야지.

10. 올해 꼭 보여주고 싶은 모습, 하고 싶은 것이 있나.
에릭남 : 음악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 미국에서도 음원이 공개되는데, 다양한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음악을 더 만들어 보고 싶다. 무엇보다 에릭남의 음악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다.

10. 마지막으로, 에릭남의 목표는?
에릭남 :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열심히 하고,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어두운 세상에 조금이라도 빛이 될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게 목표이다. 성적, 순위…물론 안 볼 수가 없지만 결과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열심히 하는 에릭남이 되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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