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구 명소
대구라고 하면 폭염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분지 특성상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도 불렸으니 그럴 만하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16년째 이어져 온 ‘나무 심기’ 덕분이다. 길가에 줄지어 선 상록수와 울창한 공원숲이 여름 한낮 기온을 2~3도 낮췄다. 나무로 더위를 식힌 ‘푸른 대구’의 성공 사례는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선입견 하나는 음식이다. ‘먹을 게 별로 없다’는 소릴 자주 들었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막창구이를 비롯해 한우 생고기인 ‘뭉티기’, 찜갈비, 대구 육개장 등 ‘10미(味)’를 자랑할 정도다. 대표 음식테마거리인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에서는 돼지곱창과 막창, 서구 중리동 곱창골목에선 소곱창이 인기다.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도 젊은이들이 몰린다.

역사가 오랜 전통시장도 명소다. 서문시장과 방천시장 주변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로 전국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옛 경상감영의 서문에 있는 서문시장은 조선 후기 삼남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전국 3대 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물산이 풍부했다. 그만큼 교역이 활발했다. 요즘도 주단 포목을 비롯한 섬유제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를 끌고 있다.

인근 남문시장에서 신천 방향으로 조금 가면 수성교 근처의 방천시장을 만날 수 있다. 광복 후 신천 제방을 따라 생겼다고 해서 방천시장이라 불린다. 한때 쇠락하는 듯하던 이 시장은 2009년 ‘김광석거리’가 생기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가수 김광석을 기리는 벽화와 노랫말, 기타 치는 모습의 동상까지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중구 남성로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약재시장인 대구약령시가 있다. 1990년 중반까지 전국에서 몰려든 한약재를 팔기 위해 약업사, 한약방, 제탕·제환원 등 한방 관련 업소 200여개가 모여든 곳이다.

근대골목도 유명하다. 감영공원에서 북성로 달성공원으로 이어지는 곳에 1938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세운 삼성상회 터가 있다. 100년이 넘는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등도 눈길을 끈다. 대구는 6·25 때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크지 않아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곳이 많다. 대중교통망이 좋아 도심투어도 편하다.

마침 5월1일부터 14일까지 여행주간을 맞아 갖가지 행사가 열린다. 앞산전망대~수성못 등 야경이 뛰어난 곳에서 20%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컬러풀대구페스티벌과 약령시한방축제, 달구벌관등놀이, 동성로축제까지 함께 즐길 수 있으니 더 잘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