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림피아에서 떠올리는 '2018 평창의 함성'
지난주 고대 올림픽이 열리던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제31회 리우 하계올림픽을 밝혀줄 성화 채화식이 개최됐다. 최고 여사제 복장을 한 그리스 유명 여배우가 태양광을 오목거울로 모아 성화봉에 점화한 뒤 이를 첫 번째 봉송주자인 그리스 체조선수에게 전달하면서 리우 올림픽의 개막을 향한 장엄한 서막을 올렸다. 이 성화는 1주일간 그리스 주요 지역을 일주하고 아테네로 옮겨진 뒤 개최국 브라질 측에 인도됐다. 이후 3개월여간 브라질 전역을 순회한 뒤, 8월5일 올림픽 개막식 때 최종 주자에 의해 메인스타디움 성화대의 불꽃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올림픽 시합 기간에 계속 불을 밝히고 경기를 진행했다. 이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인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신에게서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불을 매우 신성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대 올림픽 시작 이후 성화대가 스타디움에 등장한 것은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부터였으며,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를 올림픽 경기장까지 봉송하는 의식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

채화식 하루 전날 고대 올림픽의 전통에 따라 올림피아, 일리다, 스파르타 세 도시의 시장들이 올림픽 휴전을 선포하는 의식도 거행됐다. 이들은 올 하계올림픽 개막식 1주일 전부터 9월18일 리우 장애인올림픽 폐막식 1주일 이후까지 전 세계가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장에 참석한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누즈만 브라질 올림픽 조직위원장 및 그리스의 주요 정치지도자들도 모두 이 성명에 서명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 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된 관계로 특별 손님으로 초청된 한국, 일본, 중국의 그리스 주재 대사들도 주최 측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따라 함께 서명한 뒤 손을 맞잡아 올리는 행동까지 보여줬다.

예정에 없던 따뜻한 화합과 협력의 모습에 모든 참석자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동북아 세 나라의 모습이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던 옛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모습과 미묘하게 겹치면서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의 힘과 감동을 생생히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채화식 내내 참석자들은 리우 올림픽이 성공하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했으며 남미 대륙 최초의 올림픽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브라질의 정국을 지적하며 순조로운 행사 진행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채 2년도 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함께 준비 상황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여러 굵직한 국제 행사를 성공시켰던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덕담도 뒤따랐다. 으쓱하는 마음과 함께 문득 우리는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걱정도 앞섰다. 여러 경기장과 숙박시설 건설, 교통 및 수송 관련 기반시설 마련, 대회운영인력 양성과 통·번역 서비스 준비, 대(對)테러 안전대책 확보, 우리의 흥과 멋에 대한 홍보와 경제적 성장 기회 확충 등 모두 간단치 않은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여러 어려움은 있겠지만 꼭 명품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할 시점이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 채화식은 내년 후반에 거행된다. 이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짧은 기간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성화 채화식에 참석하는 우리 대표단이 올림피아 현장에서 최고의 준비 상황에 대한 찬사와 축하 인사를 받는 즐거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안영집 < 주 그리스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