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 "사람과 비슷…알츠하이머 치매 연구에 도움"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연구용 돼지'를 만들어냈다.

이 돼지를 활용하면 현재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을 모르는 치매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백선하(의대 신경외과)·이병천(수의과) 교수팀은 '알츠하이머 치매 형질전환 돼지' 생산에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치매는 70%가 알츠하이머성으로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체세포복제 방식을 통해 아밀로이드가 많이 발생하도록 돼지의 유전형질을 바꿨다.

이렇게 하면 생산된 돼지뿐만 아니라 이 돼지가 낳은 새끼도 치매에 걸리게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유전형질을 바꾼 두 살 된 돼지의 뇌 영상을 관찰한 결과, 정상 돼지보다 포도당이 적게 배출되고, 뇌 피질이 위축되는 등 치매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이 엿보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치매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는 대부분 쥐로 이뤄진다.

하지만 쥐에서 나타나는 질환의 특징은 인간과 큰 차이가 있어 임상시험에 적용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병천 교수는 "돼지는 인간과 유사한 긴 수명, 질병 패턴, 유전적 유사성을 지녀 치매의 조기 진단 및 치료법 개발 연구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일한 유전자를 갖는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치매 모델 개발은 향후 치매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백선하 교수도 "향후 영장류를 이용한 인체 질병 모델에 적용되면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뇌 질환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오는 6월 국제 알츠하이머 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으로, 아직 연구논문은 발표되지 않았다.

때문에 조직학적, 병리학적으로 전문가들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에서는 2009년에 덴마크 연구팀이 이번과 비슷한 연구성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적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