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HUG’는 ‘껴안다’ ‘끌어안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다. 그러나 국내 건설·주택업계에서 ‘HUG’라고 말하면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를 떠올린다. 정부가 중산층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추진 중인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뉴 스테이) 사업부터 도시재생 및 도심권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신규 공급, 전·월세 안정화 등 주택과 관련된 거의 모든 프로젝트와 민관 회의에 단골손님으로 참석하는 기관이다.

‘HUG(Korea Housing & Urban Guarantee Corporation)’는 주택과 도시, 사람을 품는다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새로운 조직 목표를 드러내는 공식 영어 사명이다.

공제조합에서 국내 최대 부동산 보증공사로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신은 1993년 4월 설립된 주택사업공제조합이다. 1992년 주택건설촉진법이 개정되면서 중소 주택업체의 신용도를 높이고 입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탄생했다. 아파트 등 주택을 짓던 중소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준공 뒤 하자가 발생할 때 공제조합이 대신 책임지고 피해를 보상해주거나 주택을 완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전까지 2~3개 다른 건설업체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워야 했던 중소 주택건설업체들은 공제조합에 가입하면서 신용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1997~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공제조합도 파산 위기에 몰렸다. 부동산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국내 건설사 부도가 잇따르던 시기다. 1999년 여름께 외환위기 파고 속에 쓰러진 건설사만 270여개, 이들이 짓다가 공사를 중단한 아파트도 14만여가구에 달했다. 결국 1999년 6월 정부와 금융회사, 주택업체의 공동 출자를 통해 주택사업공제조합은 대한주택보증(주)으로 전환했다. 2003년 정부가 보유했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자본금 3조원대인 대한주택보증의 1대 주주가 됐다.

주택사업 및 도시재생 종합 지원 공기업

HUG는 지난해 7월 115조원대 주택도시기금(옛 국민주택기금)의 전담 수탁·운영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로 또 한 번 변신했다. 주택사업자(시행·시공사)가 주택사업을 하도록 지원하고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분양자의 계약·중도금 등을 보호해주는 단순 보증사업자의 역할을 넘어섰다.

중산·서민층의 임대주택 사업을 지원하고 도시를 재생하려는 민간 조합이나 지방자치단체, 각종 주택 및 부동산 개발사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사 등을 서로 보호·연계해주는 종합지원자로 성장했다. 2015년 말 기준 자산규모는 5조6000억원대, 작년 연간 보증금액은 약 150조원에 달했다. 정부의 주택 정책을 실행하는 핵심 공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서민 주거 복지와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HUG는 개별 뉴 스테이 사업에 주택도시기금을 출자함으로써 민간 임대주택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월세 임대주택 수요자를 위한 여러 보증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집주인에게 맡긴 전세보증금 반환이나 금융권에서 빌린 전세금 대출 반환을 보증해 준다. 또 임대사업을 하려는 개인들이 싼 금리에 주택 매입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보증을 서 준다.

도시재생사업에선 외부 전문가와 함께 도시재생에 필요한 금융지원 모델을 구축 중이다. 기금의 출자·투자·융자와 보증을 통해 한국형 도시재생의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각오다. 2014년 말 서울 여의도 사옥을 벗어나 부산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로 본사를 옮기면서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 인재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선덕 HUG 사장은 “여전히 일부에선 HUG가 까다롭고 딱딱하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주택업계의 어려움을 함께하며 동반 성장하는 주택도시금융 분야의 리더가 되겠다”며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분양자에겐 안전판…주택사업자엔 파트너

HUG는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시행사 및 건설사의 파트너로서 최근 다양한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다. 사업자에 따라 총 분양금액의 0.45~0.7%를 적용하는 보증수수료율을 할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無)사고 운전자의 보험금을 줄여주는 것처럼 사업자의 기여도에 따라 수수료율을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수수료 인하는 주택업계의 오랜 요구 사항이었다. HUG는 주택경기와 사업 리스크 등을 분석해 자체적으로 보증료율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초기 사업비) 대출 보증 한도 기준을 이미 재설정한 상태다. 손종철 HUG 금융사업본부장은 “올 4월부터 도입하려고 했지만 보다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오는 9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라며 “기업별로 보다 합리적인 보증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PF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시공사의 요건을 최근 3년간 주택건설 실적 500가구 이상에서 300가구로 완화하고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의 보증수수료는 10% 할인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두 곳인 주관 금융회사도 연내 5~6개로 늘려 주택사업자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비 대출 보증이나 PF대출 보증에서는 각 공동시공사의 도급 비율에 따라 보증한도를 완화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도 내 주택사업자들의 염원인 제주지사 설립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제주지역 주택사업자들은 분양보증 상담을 위해 전남·광주 지사를, PF대출 상담은 부산 본사를 방문해야 했다. HUG는 일단 올 상반기 제주도에 출장소를 열기로 했다. 지사 설립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항이라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설명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