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부실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 당장은 해운과 조선 분야다. 어제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에서는 산업·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논의됐다. 앞으로 기업과 근로자 채권단 등의 고통 분담이 특히 힘들 것이다.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의 목표가 경쟁력 강화와 산업 고도화라면 과잉시설과 한계사업의 정리는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고 고통이다. 공공이나 민간부문 모두 마찬가지다. 1980년대 영국의 석탄산업 합리화나 지금 조선 구조조정이나 마찬가지다. 언제나 강력한 노조는 쉽게 동의한 적이 없고, 찬바람을 맞게 되는 지역경제 또한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인력감축이 힘들긴 하지만 이를 도외시하고는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막 구조조정에 돌입한 판에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계획부터 밝히고 나선 게 바른 수순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총선을 거치며 겁이라도 먹은 것인가. 거대 노조에 벌써 밀리는 분위기가 보인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은 말 그대로 특정 산업이나 해당 지역에 행정·금융·재정상의 특별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당연히 특혜다. 업종 지정은 아직 해본 적도 없고, 지역 지정은 지난 총선 때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노측이 요구한 것이다. 그렇다고 고용안정부터 강조되면 구조조정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임금삭감, 급여체계 개선, 잉여인력 감축, 근로시간 조정 등 앞으로 손대야 할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낡은 노동관행을 고치자던 노동개혁도 하다 만 상황이다. 노조 쪽 고통분담 과제가 쌓였는데 당근을 먼저 내건 꼴이다. ‘대기업들은 잘나갈 때도 최고급 대우더니, 구조조정의 한계 상황에서도 특별대우냐’라는 중소기업 쪽 질타가 나올 수도 있다. 고용안정에 집착하면 구조조정 자체가 어려워진다. 구조조정의 실패는 산업붕괴, 지역경제침몰, 공적 자금 회수불가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 눈물을 감내하더라도 더 많이 살아남을 방안을 택해야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