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염방지 셔츠'의 혁신…그 뒤엔 SFIF
작년 5월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 사업부 회의실. 회의를 주재한 조용남 빈폴 사업부장(상무)이 셔츠에 커피를 흘렸다. 중요한 외부 회의를 앞두고 있던 조 부장은 난감해했다. 김수정 빈폴 남성 총괄 디자인실장(사진)은 이 작은 ‘사고’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음식물을 흘려도 얼룩이 남지 않는 셔츠를 만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는 김 실장이 ‘삼성패션이노베이션포럼(SFIF)’에서 제안해 채택됐다. 빈폴의 혁신적인 오염방지 의류는 이렇게 탄생했다.

◆SIF 벤치마킹한 SFIF

삼성 '오염방지 셔츠'의 혁신…그 뒤엔 SFIF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3년부터 매년 두 차례 SFIF를 연다. 선진업체 또는 경쟁업체 제품과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품을 비교, 분석하는 행사다. 이를 통해 취약점을 보완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등을 반영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브랜드와 상품별로 제품을 1 대 1로 비교해 부족한 부분을 명확하게 깨닫고 개선 방안을 도출한다”며 “신기술 도입 등에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삼성전자의 ‘삼성이노베이션포럼(SIF)’을 벤치마킹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SIF는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각종 제품을 선진국 첨단 제품과 나란히 전시, 분석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에 참고하는 행사다.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로 불리던 이 행사는 2013년 SIF로 이름이 바뀌었다. ‘경쟁제품 비교 전시회’로도 불린다.

◆혁신 제품의 산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격년마다 열리는 SIF를 패션산업 특성에 맞게 변형, 적용했다. SFIF는 매년 봄·여름(SS), 가을·겨울(FW) 두 차례 열린다. SFIF를 통해 빈폴 오염방지 의류뿐만 아니라 구김이 적고 물빨래를 할 수 있는 리넨 셔츠,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의 스마트 슈트 등을 개발했다. 사내 혁신 제품의 산실(産室)로 자리 잡은 것이다.

커피나 와인, 케첩 등을 쏟아도 가볍게 손으로 털거나 휴지로 닦으면 얼룩이 완벽하게 없어지는 오염방지 의류는 지난달 말 선보인 뒤 지난 주말까지 약 3주 동안 4000장 이상 팔렸다. 김수정 실장은 “오염방지 의류를 사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들르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덕분에 주간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30% 늘었다”고 말했다. 반응이 좋아 가을·겨울(FW) 시즌엔 제품 종류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김 실장은 미국 나노텍스의 나노 가공 기술을 적용해 반 년 만에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했다. 해외에선 브룩스브라더스, 캘빈클라인 등이 일부 의류 제품에 나노텍스의 나노 가공 기술을 적용했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다. 그는 “원단 자체를 수입하면 가격이 비싸진다”며 “국내 원단업체와 협업해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작년에 선보인 딜라이트 리넨 셔츠도 큰 인기를 끌었다. 통기성이 뛰어나고 멋스러워 여름 의류 소재로 인기가 높지만 관리가 어려운 리넨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딜라이트 리넨 셔츠는 지난해 6만5000장이 팔려 ‘완판’됐다. 김 실장은 “올해는 생산량을 두 배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