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연일 한국에서도 관심이다. 몇몇 유명인사가 100만원에 달하는 예약금을 걸고 2년 후 인도받겠다는 SNS가 화제이고, 하루가 다르게 계약자 숫자가 오른다는 사실도 앞 다퉈 보도되면서 이른바 '테슬라 신드롬'이 펼쳐지고 있다. 아직 인도 기간이 2년이나 남았고, 테슬라가 어떤 방식으로 한국에 제품을 보내며, 인증은 누가 준비하고, 추가될 세금은 얼마이고, 전용 충전시설이 없음에도 말이다. 또한 테슬라가 언급되며 국내 전기차 보급의 초라한 현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질타와 비판도 쏟아진다.

[시론]테슬라 신드롬을 바라보는 한국의 과제

하지만 이런 신드롬은 말 그대로 신드롬일 뿐 한국의 에너지 산업구조 및 세제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전기차는 보급 자체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의 에너지 산업 및 여러 제도적 한계는 외면한 채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할 일도 아니다. 전기차 보급은 단순히 화학에너지(기름)가 물리에너지(전기)로 바뀌는 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산업구조의 지각 변동을 의미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어떤 구조와 제도적 한계가 존재할까? 먼저 산업 구조 재편이다. 자동차산업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매우 커서 전기차로의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부품 숫자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내연기관 부품사의 생존이 위태롭다. 새로운 전기차 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의 전기차 전환은 업종 변경이 아닌 급격한 변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한국이나 미국 등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 모두가 마찬가지 입장이다.

두 번째는 세제다. 그간 한국은 수송연료에 과도할 만큼 세금을 붙여왔다. 이를 통해 연간 20조원 규모의 유류세를 만들어 거둬가고 있다. 그리고 해당 재원은 각종 복지와 교육 등 국가 재정에 활용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수송 연료로 전기가 사용되면 전력 또한 그만한 세율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급 단계에서 과도한 전력세는 오히려 보급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도 기름에서 전기로 세금을 이동시키는 방안에 대해선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전력 수요다. 전기차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필요한 전력을 모두 공급하려면 추가 발전소 건립이 불가피하다. 전기 자체가 기름과 달리 시간당 생산(㎾h) 개념을 가진다는 점에서 전력 사용량이 적은 야간에 발전, 별도 대용량 배터리인 'ESS(Energy Storage Saver)'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많이 필요할 때 사용하면 추가 발전소 건설 없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지만 이 또한 전기차의 급격한 증가를 만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시론]테슬라 신드롬을 바라보는 한국의 과제

그리고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추가 전력 소요 때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 전력 수요는 시간당 발전비용이 가장 낮은 것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전기가 더 필요하면 발전비용이 저렴한 석탄 발전소부터 가동이 시작되며, 이 때는 대부분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에 의존한다. 하지만 원자력은 여전히 환경성에 의문을 던지고, 석탄 화력도 화석연료 사용 감축이라는 전기차 보급 명분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면 된다지만 비싼 발전 비용이 걸림돌이다. 원가가 높은 전기는 당연히 요금이 높아야 하며, 이 경우 소비자들이 비용을 감내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h당 313원에 달하는 지금의 전기차 충전 요금이 휘발유 또는 경유 제조 비용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단순히 충전기 숫자를 늘려 전기차 사용을 보다 쉽게 만들었다고 보급 자체가 간단하게 이뤄질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는 전기차 논란은 '왜, 한국은 전기차 보급이 더딘가'에만 맞추어져 있다. 충전기를 보다 많이 보급하고,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를 늘리지 못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충전기는 비용 들여 확충하면 되고, 주행거리 또한 전력 저장량이 높은 배터리를 붙이면 손쉽게 해결된다. 테슬라가 1회 충전 후 350㎞를 주행할 때 닛산 리프가 160㎞를 가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각각 70㎾h와 24㎾h인 '배터리 용량 차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최근 쉐보레와 포르쉐 등도 배터리 용량을 높여 1회 충전 후 300㎞ 이상 주행 가능한 제품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짧은 주행거리의 단점은 쉽게 극복될 수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테슬라 신드롬'은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 제품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날카로운 지적을 내놨다. 네덜란드가 전기차 보급을 위해 추가로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전기차의 '친환경' 모순이라는 사실이다. 단순히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것은 보조금 및 버스전용차선 이용 등의 혜택, 충전기 확대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 생산에 석탄이 사용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론]테슬라 신드롬을 바라보는 한국의 과제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되려면 향후 늘어날 전력 수요에 대해 정부가 공급 계획부터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에너지산업의 근간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자면 지금과 같은 원자력 및 석탄 의존 발전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발전비용 면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 경우 충전료 또한 비싸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가정 및 산업용 전력비용 또한 함께 오를 수 있다. 비용이 오르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전기차의 보급 증가가 아닌 에너지 산업 구조의 변경이고, 그래서 전기차는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의미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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