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키우기도 벅차다"…수직 계열화만 집중

현대가의 맏형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경영난에 빠진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을 인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빅3 완성차 업체로 도약하려면 비핵심 분야를 배제하고 자동차 관련 산업만 수직 계열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해운과 조선업 등 5대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 조정이 가속화됨에 따라 일각에서 인수합병 주체로 거론되자 자사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자동차 수직 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면서 "조선, 해운과는 상관이 없는 회사일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현대차그룹이 수많은 기업의 인수합병 후보로 거론됐지만 정작 자동차와 관련 없는 기업을 인수한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우리는 자동차 산업을 잘 이끌어 나가는 데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핵심 계열사로 현대가의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이끌고 있다.

최근 구조 조정 대상에 오른 현대상선은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 현대중공업은 최대 주주인 정몽준 전의원이 핵심이다.

이처럼 이들 3사가 현대가의 인연으로 묶여 있어 일각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상선 또는 현대중공업의 일부 사업을 인수·합병해 우회 지원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 부분 인수설까지 돌았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부문 인수는 처음 듣는다"고 일축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글로비스는 정부로부터 현대상선 인수와 관련한 제의를 받았으나 거부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비스가 해운업을 겸영하지만 자동차 운반선만 운영할 뿐 컨테이너선 등 현대상선의 사업 분야와는 무관해 인수 시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상선 인수 제안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면서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현대상선에는 관심이 없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대차그룹의 현대상선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은 범현대가라는 점과 더불어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라는 물류회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비스는 유코카캐리어스와 함께 국내 자동차운반선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분야 등을 합치면 국내 최대 종합 해운사로 도약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정유, 건설장비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건설 장비 사업의 경우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연관성이 있을 수 있지만 시너지는 없다는 게 내부 평가다.

지게차, 굴착기 등 건설 장비 사업의 경우 중국 시장 침체 등으로 실적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자사가 보유하던 현대차 지분 5천억원 어치를 매각하는 등 현대차와 연결 고리는 약해진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또한 경기 불황에 맞서 내부 구조 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 시달린 현대로템은 최근 10여 년 만에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을 떠나 경기도 의왕연구소로 이전했다.

철도, 플랜트, 중기사업부, 구매, 지원 등 총 500여명 규모의 조직이 의왕연구소로 옮겨간 것이다.

수십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했으며 임원 연봉 반납, 관리직 연봉 동결 등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하고 있다.

현대 위아도 의왕연구소로 서울 사무소를 옮겨 현대 로템과 같은 건물을 쓴다.

현대 위아 또한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어 현대 로템과 방위산업 부문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선방과 달리 중국 시장 등에서 실적이 좋지 않아 대대적인 자구책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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