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 과다섭취가 우울증 등 갖가지 뇌질환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를 유발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 의과대학 정량-전산생명과학 연구소(Institute for Quantitative and Computational Biosciences)의 양샤(Xia Yang) 박사는 과당을 많이 먹은 쥐들이 뇌의 대사조절 중추인 시상하부 세포의 700여 개 유전자와 기억-학습 중추인 해마 세포의 200여 개 유전자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3일 보도했다.

쥐들에 6주 동안 고과당 먹이를 주고 뇌세포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양 박사는 말했다.

변화가 발생한 유전자들은 대사, 세포 신호 전달, 염증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들로 이 유전자들에 변이가 발생하면 파킨슨병, 우울증, 양극성 장애(조울증) 등 각종 뇌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과당에 제일 먼저 영향을 받는 유전자는 Bgn과 Fmod로 이 두 유전자가 변화를 일으키면 연쇄효과(cascade effect)에 의해 다른 수백 개 유전자들에 파급된다고 양 박사는 밝혔다.

따라서 이 유전자들의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뇌 질환을 치료하려면 이 두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유전자들에 변화가 발생하는 메커니즘도 밝혀졌다.

과당은 유전자 DNA를 구성하는 4개 염기 중 하나인 시토신(cytocine)에 생화학물질을 첨가하거나 또는 탈락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거나”(on) “꺼버리는”(off)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양 박사의 설명이다.

쥐 실험에서는 이와 함께 반가운 사실도 하나 밝혀졌다.

그것은 오메가-3 지방산의 하나인 도코사헥사엔산(DHA)이 과당이 일으키는 해로운 유전자 변화를 상쇄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양 박사 연구팀은 쥐들을 3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사람이 하루 1ℓ의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에 상당하는 과당이 섞인 물을, 또 한 그룹은 과당이 섞인 물과 DHA가 많이 함유된 먹이를, 나머지 한 그룹은 과당이 섞이지 않은 물과 DHA가 함유되지 않은 먹이를 매일 먹게 했다.

6주 후 쥐들에 ‘미로 찾기’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과당이 섞인 물을 먹은 쥐들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물만 먹은 쥐들에 비해 미로를 찾아가는 속도가 절반 정도 느렸다.

그러나 과당이 섞인 물과 함께 DHA가 함유된 먹이를 먹은 쥐들은 미로를 찾은 속도가 대조군 쥐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는 DHA가 과당의 해로운 효과를 상쇄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양 박사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과당 물을 먹은 쥐들은 다른 두 그룹의 쥐들보다 혈당, 중성지방, 인슐린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사람의 경우 이는 모두 당뇨병, 비만 같은 대사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과당은 과일에 자연적으로 함유돼 있지만, 단맛을 내기 위해 고과당 콘 시럽이 첨가되는 청량음료와 가공식품에도 많이 들어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드는 콘 시럽은 과당과 포도당의 화합물로 과당의 비율이 포도당보다 높다.

설탕(자당)은 과당과 포도당을 반반씩 섞은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의학전문지 셀(Cell)과 랜싯(Lancet)이 공동 발간하는 ‘이바이오 메디신’(EBioMedicine) 온라인판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