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에디터]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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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관이란 이름, 조금 낯설 것이다. 어쩌면 그의 얼굴도. 만약, 온스타일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 ‘데블스 런웨이(이하 데블스)’를 봤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 그는, 1등, 최종 우승자니깐. 디자이너 권문수가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남자)’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준수한 외모를 지닌 이명관은 ‘데블스’를 통해 모델로 데뷔했다.

‘데블스’는 톱모델 한혜진과 수주가 멘토로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한혜진과 수주가 각 팀의 멘토가 되었고, 팀별로 시니어(현역) 모델 5명과 주니어(데뷔 전) 모델 5명이 속했다. 이명관은 수주 팀의 일원으로, 초반에는 강렬한 인상을 지닌 주니어들에 비해 주목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특기인 피아노 연주를 쇼에서 보여주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그의 재능에 눈이 쏠리게 됐고, 경쟁이 계속될수록 성장한 그의 실력은 수주의 입에서 칭찬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어떻게 걷는지조차 모르던 그가 파이널 땐 가장 자신 있는 게 ‘워킹’이라고 말했을 정도니, 얼마나 노력하며 프로그램에 임했을 지, 짐작 가능하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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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가 모델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키가 크긴 했지만, 어릴 땐 키도 작았고,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패션브랜드 MD로 일하던 중, 모델 박성진을 만나면서 저렇게 멋있는 모델이 있구나, 했던 게 시작이었다. “박성진 형이 모델 중 제일 멋있다”라며 “언젠가 형을 한 번 이겨보고도 싶다”고 말하던 그의 눈빛에선, 모델로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모델로서의 각오가 읽혔다.

“성진 형을 이겨보겠다고 말하는 건, 승부욕이 있다거나 해서는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좀 게으르거든요. (웃음) 이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어야 뭔가 더 해볼 거 같고 행동하게 될 거 같아요. 그래야 형의 발끝 정도라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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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관은 촬영할 땐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지만, 준비 과정 중엔 ‘난 바닥이다’라고 마인드 콘트롤을 한다고 했다. 평소에 긴장도 많이 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마인드 콘트롤을 하며 자신을 가다듬는 게 꽤 도움이 된단다. 한없이 스스로를 깎아 내리다가도 누구보다 빛나야 하는 순간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정확히 인지해 단숨에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남자. 찰나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모델이란 직업에 어쩜 이리도 잘 맞는 건가, 싶었다.

허황된 꿈을 꾸기 보다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고 싶다는 말을 건넨 이명관. ‘우승’이라는 단어가 지닌 무게에 결코 짓눌리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겸손한 자세로 앞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그에겐, 영광의 날들만 찾아올 게다.

이정화 에디터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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