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한목소리로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을 화두로 내걸고 있다. 새누리당이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협력할 것이 있으면 협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구조조정을 넘어 구조개혁을 하자고 주장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급급하던 야권이 총론에선 이의가 없는 듯하다. 총선 결과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구조조정 지연 가능성을 들어 우려를 보인 것을 감안할 때 다행스런 흐름이다.

하지만 너나없이 구조조정을 말하지만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구조조정에 앞서 근본적 실업 및 고용대책부터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제조건을 붙인 셈이다. 그러나 고용대책은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줄이는 부작용 대책으로 필요한 것이지, 구조조정을 제약하거나 방향을 틀게 하는 요인이 돼선 안 된다. 인력 감축 없는 구조조정은 피를 흘리지 않고 수술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금의 야권은 외환위기 때 ‘국민기업’ 운운하고, 한진중공업 사태 때는 소위 ‘희망버스’의 원정시위에 동참해 구조조정 발목을 잡은 전력이 있다.

야권은 구조조정론을 제기한 것을 놓고 “여당의 이슈를 선점한 묘수”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지렛대 삼아 더민주는 정국을 주도하고,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야권의 인식이 고작 이런 수준이라면 구조조정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조선 해운 철강 등 주력산업이 당면한 처지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 더민주나 국민의당은 그들이 말하는 구조조정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 위기의 본질은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이다. 한국만 생산능력을 감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해외 경쟁업체들이 한국 기업의 감산이나 퇴출을 학수고대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버틸 수도 없다. 모순을 피하려면 구조조정의 목표는 자명하다. 저생산성 부문을 통폐합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고도화 구조조정밖에 없다. 당연히 피를 흘려야 하고 재정자금이 들어간다. 정치권은 각오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