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더바이브]이미지 티저_류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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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고 만드는, 가수이면서 동시에 작곡가인 류재현. 그의 손을 거쳐 나온 음악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2년 만에, 바이브로 돌아온 류재현은 이번에도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이겨냈다. 워낙 꼼꼼하고 세심하게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어내는 만큼, 듣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또 감동할 수도록 고심했다. 여기에 이번에는 ‘초심(初心)’도 떠올렸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감성을 찾으려 했고, 머리를 쓰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탄생한, 변화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7집 ‘리피트(repeat)’. 계속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바이브, 그리고 류재현의 내일이 더 기대된다.

10. 2년 만에 정규음반으로 나왔다.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류재현 : 바이브의 초반 감성을 찾으려고 했다. 가수들은 시간이 지나면, 늙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걸 가리려고 하면 점점 더 진해진다. 그래서, 조금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떻게 바꿀까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예전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과함을 빼면서 초반 감성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첫 번째 수순이 이번 음반이다.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일어난 음반인 것 같다.

10. 노력한 만큼 대중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음원차트 1위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류재현 : 아까 말했듯, ‘처음’을 찾는 수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어려지고, 현재 유행에 맞추려고 했는데 그런 부분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방법이 어떻든, 그 부분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순위도 중요하겠지만, 젊은 층의 대중들이 좋은 평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10. 앞서 노래방 이벤트로, 바이브의 노래를 부르는 방에 들어가서 같이 노래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통의 일부라고 봐도 되는 건가.
류재현 : 특히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음악을 심각하게 하지 말자, 보컬적으로도 심각하게 하지 말고 편안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방송부터 노래방 이벤트까지 편안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진행한 거다.

10.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른 가수들과의 협업이다. 특히 거미의 피처링은 어떻게 이뤄졌나.
류재현 : 부탁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곡을 들어보지도 않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고마운 마음에 거미에게 노래 선물을 하기로 했고, 거미가 원하는 곡이 나올 때까지 쓸 생각이다.

10. 바이브로 함께 한지, 14년이 넘어가고 있다. 마찰은 없나.
류재현 : 서로 성격이 달라서, 신경 쓰지 않는다(웃음).

10. 이번 음반 역시 류재현의 곡들로 채워졌다. 곡을 만들 때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류재현 : 집중에서 곡 작업을 할 때는 아예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자칫 표절로 갈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자체적인 필터링을 안 했는데, 그런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어지간해서는 음악을 안 듣는다.

10. 그럼,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겠다.
류재현 : 곡 작업을 하면서, 서로 필터링을 한다. 작업자들과도 공유하면서 비슷한 게 있는지. 이미 음악이 포화상태가 됐기 때문에 심지어 우리끼리도 멜로디가 겹치는 게 많다. 점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체 검열을 잘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해결하는 편이다.

10. 일부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시간에 곡이 나오기도 한다는데.
류재현 : 곡은 대부분 빨리 쓴 게 무조건 잘 된다(웃음). 힘들게 짜내서 쓰면, 듣는 사람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다. 작업할 때 길어지면 포기한다. 그렇게 나온 곡은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타이틀곡 ‘1년 365일’, ‘비와’도 금방 썼다.
[더바이브]이미지 티저_바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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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번 7집은 변하는 수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한 만큼 무엇보다 중요하게 초점을 맞춘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류재현 :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건, 음악적인 초심인 거다. 당시 우리의 때묻지 않은 감성을 대중들이 좋아해 주셨다. 지금 생각하는 초심은, 머리를 쓰지 말자는 것인데, 듣는 사람이 머리를 쓰면서 들을 필요가 없으니,우리도 그러자고 했다.

10.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류재현 : 머리를 분명히 쓰게 된다. 저의 경우에는 장점이자 단점인데, 타가수의 프로듀싱을 하기 때문에 좀 더 넣게, 숲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자기 것을 할 때는 숲을 못 본다(웃음). 이번엔 ‘넓혀 보자, 머리 쓰지 말자’고 되뇌었다. 이걸 계기로, 성공 여부를 떠나 머리를 쓰지 말고 작업을 하자는 것이 나의 초심이다.

10. 이번에 ‘엄마’라는 곡을 만들었더라. ‘마누라’의 연장선인가.
류재현 : 진짜 엄마일 수도 있고, 또 부인일 수도 있다. 모두 ‘엄마’니까.

10. 윤민수는 아들 후에게 음악을 시키고 있고 커서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아버지 류재현은 어떤가.
류재현 : 이 고통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한다고 하면 반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이 고통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10. 작곡가 류재현의 고충이 느껴진다.
류재현 :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이젠 거의 노래가 비슷하다, 다 아는 얘기지만, 특별하게 다른 걸 하려고 해도 이미 다 나왔기 때문에 거기에서 다르게 색깔을 낼수 있는 건 가사, 사운드, 혹은 편곡적인 부분이다. 사실상 편곡도 다 나왔고. 색을 입혀주는 것밖에는 없다. 노래를 듣고, 가사에 대한 호평은 하지만 멜로디에 대한 평은 드물다. 하지만 작곡가로서, 전체적인 음악의 형태로 봤을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편곡, 음악적인 구성, 그런 부분에 신경을 더 쓰는 것 같다.

10. 정규음반인 점도 특이하다. 사실 현재의 음악 소비 형태로 볼 때, 14곡을 가득 담아낸다는 건 아까울 수도 있는데.
류재현 : 분명 시대의 역행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2CD로 내려고 했다. 상황을 고려해서 14곡으로 나왔는데, 소비 형태에는 역행하는 거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조금 듣고 없어지긴 하지만 한 번도 싱글 낸 적이 없다. 장인의 집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니, 우리라도 남아있자는 마음이다. 바이브는 디지털과 테이프의 마지막 세대이기 때문에 지켜가보자는 마음이다.

10. 그런 면에서 변화의 첫걸음인 7집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류재현 : 음반을 낸다는 건, 우리의 인생을 기록하는 방법인 것 같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싱글도 내보고 싶다. 오히려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리를 덜 쓰면서, 그렇게 계속 하고 싶다.

10. 앞으로의 바이브, 또 류재현의 변화도 기대된다.
류재현 : 특별히 누구라고 딱 집어서 말은 못하겠지만, 다음 음반을 통해서도 콜라보레이션과 협업을 해보고 싶다. 조금 더 쉽게 음악 하면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그렇게 해보고 싶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사진.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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