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청춘의 꿈, 중소기업에서 꽃피우자
지난 2월 극장가에 걸린 한 청년의 이야기가 믿기지 않는 기적을 이뤄냈다. 윤동주 시인(1917~1945)의 청춘을 다룬 영화 ‘동주’가 그 주인공이다. 제작비와 스크린 점유율로 성패가 판가름나는 요즘의 영화판에서 5억원에 불과한 제작비로 116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이 ‘작은 용’의 탄생에 세상이 깜짝 놀랐다.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던 일제강점기,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스러진 윤동주와 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송몽규의 청춘 스토리다. 교토 유학길에 오른 둘은 각자의 꿈이 있었다. 몽규는 일본군에 입대해 독립운동 세력을 만들겠다는 큰 계획을 세웠고, 동주는 시집을 발간하고자 한다. 일제치하라는 가혹한 현실의 장벽에 의해 결국 두 사람은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지만, 그 속에서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던 청년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담겼다.

영화의 흥행 비결은 대한민국 국민, 특히 20대 청춘들의 공감에 있는 것 같다. 혹독한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금의 청년들이 어둠의 시대에서도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했던 영화 속 청춘의 노력에 감동한 것이다.

최근 청년 사이에서는 ‘수저계급론’이 떠돌고 있다. 부모의 재력과 직업에 따라 자신의 처지를 구분짓고 비교하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수저인증’이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2월의 청년실업률이 12.5%로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고학력 실업자가 334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헬조선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라는 극명한 표현처럼 스스로의 노력으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자조(自嘲) 섞인 냉소가 번지고 있다.

이런 아픈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청년의 희망은 중소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영화 ‘동주’의 성공처럼 중소기업은 청년 스스로가 변화를 이끌며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KAIST 출신 한 청년은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입사 유혹을 뿌리치고 영상보안 분야의 신생 중소기업을 택했다. 그는 그곳에서 기술개발의 주역이 돼 입사 7년 만에 임원으로 고속 성장했고, 회사를 세계 최고의 폐쇄회로 전문 기업으로 키우며 성공 이력을 쌓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에서는 젊은이들이 회사의 성장과 함께 자신의 잠재력과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다. 제품을 기획,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핵심업무를 맡을 수 있고, 시장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며 깊이 있는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필자의 회사에 취업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도 회사를 앞서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함께하며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더 큰 꿈을 키우고 있다.

현실의 어려움에 고뇌하는 청년들을 보면 필자의 청춘시절이 떠오른다. 청춘의 중심에 서 있던 33세, 필자는 7년을 근무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건자재 및 골재를 수입 유통하는 산하물산을 설립했고 이후 레미콘 및 아스콘 제조기업인 산하를 세웠다. 다가올 20년 안에 국가적 개발시대가 도래할 것이고, 건설 붐이 일 것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었다. 가진 것 없는 작은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젊음의 패기로 대기업 영업부를 찾아가 발로 뛰며 믿음을 쌓았다. 할 수 있다는 확신과 꿈이 있었기에 힘들지 않았던, 청춘의 제일 반짝이던 시절이었다.

만물이 푸르러지는 봄은 청춘(靑春)의 계절이다. 현실과 이상의 격차에 좌절하고 자조만 늘어놓기에는 청춘은 더없이 아까운 시간이다. 만개한 청춘의 계절에 우리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