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다주택 소유자 등으로 주택연금의 대상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에 시행된다. 취지는 알 만하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고, 은퇴기의 베이비부머가 현금을 쥐면 소비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계산에서다. 퇴직 후 집부터 처분하지 않아도 되므로 고령층 주거안정 효과도 있을 것이다. 선의만 보면 더 확대 못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떨까. 무엇보다 이 좋은 의도를 계속 유지해가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몇십 년 뒤까지는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유리한 구조다. 확대되는 안은 더욱 그렇게 된다. 매달 월정액이 지급되니 집값이 내려가도 가입자는 손해볼 일이 없다. 집값이 올라도 상승분은 가입자 사후에 상속되니 이 경우에도 손해는 없다. 더구나 ‘주택소유자 60세 이상’인 연령조건이 ‘부부 중 한 사람만 60세’로 완화돼 연금지급 기간도 훨씬 늘어나 버렸다.

100세 시대로 기대여명은 확 늘어난 데다, 저금리는 초장기화가 예상되고, 주택시장의 장기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한데도 가입자 쪽 리스크는 거의 없다. 오죽하면 가입자에겐 ‘거의 완전한 상품’이라는 실무자들 평가도 들린다. 주택연금이라는 블랙홀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가입자를 늘리고 보자는 것 때문에 조기수령자만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국민연금 시행 초창기의 들뜬 분위기와 비슷하다. 국민연금의 그늘은 벌써 우리 사회의 고통거리다. 2060년이라던 기금고갈 시점이 불과 3년 만에 2045년으로 수정되는 중이다. 그런데도 대안도 없이 지급률만 올리자는 안이 국회에서는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주택연금도 비슷한 흐름이 재연될 것 같다. 가입자는 폭증하고 주택시장은 침체기에 들어가 기금이 부실해지면 공사의 대주주인 한국은행의 발권력만이 해법이라 할 것인가. 10년 뒤 일은 ‘내 임기 밖’이라며 모두 외면하면 그만인가. 복지는 달콤하지만 그 뒤의 쓴맛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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