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 연구범위 풀어 글로벌 바이오기업 100곳 육성"
정부가 암과 유전질환 등으로 제한한 유전자 치료 연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바이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2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바이오산업 생태계 확충 방안’을 보고했다. 자문회의는 바이오산업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바이오 규제 선진화 로드맵’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세계 수준의 바이오 기업을 100개 이상 육성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자는 목표다.

자문회의가 꼽은 대표적인 규제는 암, 유전질환 등으로 유전자 치료제 연구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를 재료로 하는 첨단 의약품이다. 부가가치가 높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부 질병에 대해서만 R&D를 할 수 있다.

생명윤리법 47조에 따르면 유전질환, 암, 에이즈, 그 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현재 치료법이 없는 질병만 제한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유전자 치료제 임상건수는 17건에 불과하다. 미국(1395건)은 물론 중국(43건)에도 뒤처졌다.

자문회의는 의료기기 중복 심사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해 판매허가를 내준다. 허가 후에는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중복으로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품 출시가 늦어진다고 호소해왔다. 자문회의는 “당뇨병 환자들이 쓰는 혈당 진단기기 등 의사가 직접 사용하지 않는 의료기기는 우선적으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방안도 제안했다. 바이오산업 성장 속도에 비해 벤처기업 창업이 적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 특화 창업 공간 및 보육 지원 확대 △바이오 창업 초기 지원 펀드 조성 △코스닥 상장 시 대주주 지분(20%) 보유 요건 폐지 등 창업 준비부터 성장까지 단계별 지원 전략을 제시했다.

조미현/박근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