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환자’로 불리던 아르헨티나는 작년 12월 중도우파 성향의 마크리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강도 높은 경제개혁과 수출관세 철폐, 외환규제 완화 등 친(親)시장 정책으로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0.5%에서 내년에는 3.5%로 뛰어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그 덕에 최근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Caa1→B3)했고, 150억달러(약 17조원)의 국채 발행에 무려 700억달러의 글로벌 자금이 몰렸다. 디폴트를 밥먹듯 했던 아르헨티나의 10~30년짜리 장기 국채가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크리 대통령의 지지율은 72%에 이른다.

브라질은 모든 것이 정반대다. 세계경제 침체 여파로 주력품목인 원자재, 농산물 등 수출이 극심한 타격을 입어 2010년 7.5%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8%로 곤두박질쳤다. 올해도 -3.8%로 파탄 지경이다.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BB)으로 강등시켰다. 그럼에도 53세가 넘으면 현역 때 임금보다 더 주는 방만한 연금제도와 온갖 공짜복지로 인해 재정적자는 눈덩이다. 경제파탄과 부패로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급기야 탄핵안까지 하원을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신흥국의 대표주자였던 브라질이 이 지경인 것은 무엇보다 룰라 전 대통령 이래 14년간 누적된 인기영합 정책의 필연적 결과다. 고유가 시절 산업경쟁력을 키우긴커녕 국가예산의 75%를 복지에 쏟아부으며 흥청망청 파티를 벌였다. 뒤늦게 복지 축소에 나섰지만 앞으로 2~3년은 경제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물론 아르헨티나도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 12년간 교대로 집권하며 페론주의식 포퓰리즘으로 경제를 거덜냈지만 뒤늦게나마 그 고리를 끊은 것이 차이점이다.

우리나라도 4·13 총선에서 현금 살포, 공짜 복지 등 ‘사탕발림 공약’이 난무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20대 국회의 성향은 중도좌파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포퓰리즘으론 경제위기 극복도, 먹고사는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 20대 국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