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주차된 차를 들이받은 뒤 차주인이 없어 연락처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더라도 사고 잔해물을 치우지 않았다면 처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염모(32)씨는 지난해 3월 1일 오전 2시께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도로 가에 불법 주차된 트럭 뒤를 들이받았다. 당시 가로등이 꺼져있어 트럭을 발견하지 못했다. 염씨는 사고 시간이 새벽 시간대인 탓에 트럭에 아무도 없고 연락할 방법이 없자 자신의 전화번호가 표시된 명함을 남긴 뒤 현장을 떠났다.

염씨는 연락처를 남겨 사고 후 충분히 조치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검찰은 염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사고 현장에는 추돌로 깨진 전조등 잔해물이 곳곳에 떨어져 있었고 염씨의 승용차에서 흘러나온 부동액과 오일 등이 도로에 고여 있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염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염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염씨는 "교통사고를 냈으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피해 차량에 명함을 꽂아둬 도로교통법이 요구하는 조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이 판단, 염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형사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낸 교통사고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기 전보다 더 위험한 상태가 돼 새로운 교통상의 위험이 생겼다"며 "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은 바닥에 흩어진 파편과 오일 등을 치워 교통상의 위험을 제거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명함을 남겨둔 것만으로 교통상의 위험을 제거하는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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