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신서유기
신서유기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발표한 ‘2015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6.4%가 스마트 폰을 필수매체로 꼽았다. 이는 TV를 선택한 응답자 44.1%를 처음으로 앞지른 수치. 모바일 및 웹 시장의 성장 속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시장의 흐름에 맞춰 콘텐츠 포맷과 플랫폼도 변화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나영석PD가 있다.

tvNgo ‘신서유기’는 가장 ‘짤방(짧은 분량 안에 재밌는 내용을 담은 사진)’스럽게 진화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10여 분의 짧은 러닝 타임, 속도감 있는 전개, 무엇보다 TV에서 볼 수 없었던 거침없는 표현은,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에게 최적이었다. 여기에 KBS2 ‘1박 2일’ 원년 멤버들이 다시 모여 화제성을 더했고, 나영석 표 리얼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점에서 완성도를 보장했다.

‘신서유기’ 시즌 1은 지난해 9월 첫 공개 이후 즉각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방송이 진행된 5주 동안 5,000만 건 이상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당초 목표치로 잡았던 2,000만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 당시 한 증권사에서는 ‘신서유기’의 광고 수익을 13억 원으로 분석하기도 했다.(단, 이는 광고 1,000회 노출 비용을 2만 5,000원으로 잡았을 때의 추정치)

‘신서유기’ 시즌 2 출범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플랫폼의 개척, 젊은 감각의 콘텐츠 개발 등 그간 tvN이 추구하던 이미지와도 잘 맞아 떨어졌고, 수익 또한 유의미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요청도 뜨거웠다. 그리고 오늘(19일) 드디어 ‘신서유기’ 시즌 2가 베일을 벗는다.
'신서유기2' 포스터
'신서유기2' 포스터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신서유기’ TV판 제작이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했던 시즌 1과는 달리, 오는 22일부터 매주 금요일 TV판 ‘신서유기2’가 tvN을 통해 방송된다. 나영석PD는 지난 22일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인터넷 버전에서는 인터넷 용어나 농담 등 2~30대 젊은 친구들의 문화를 적극 수용할 예정이다. 편집 역시 게임과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반면 TV판은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4~50대 시청자들을 위해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바탕에는 보다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웹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를 만족시켰다면, TV판 제작을 통해 구매력을 갖춘 중장년층 시청자를 사로잡겠다는 포부. 나영석 PD는 “웹 콘텐츠라는 건 자동차로 치면 전기차 같은 것이다. 언젠가는 그 쪽(전기차)으로 가야하고 투자도 필요하지만, 인프라도 부족하고 구매자도 많지 않다. 그래서 전기와 석유 모두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가 등장했던 것”이라며 “우리도 지금을 과도기로 여기고 있다. 수익도 내야하고 옛 고객도 만족시켜야 하는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변화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태도이다. 현재 ‘신서유기’는 방통위 심사 영역 바깥에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열린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류지영(새누리당) 의원은 “‘신서유기’를 비롯한 웹 전용 콘텐츠를 통해 비속어, 광고 등 지상파 방송에서 접할 수 없는 내용이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고 있다”면서 “전송과 수신 방식에 있어서 웹과 지상파 방송의 경계가 사라졌다. 웹 콘텐츠에 대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규제 방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웹 콘텐츠 제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어느 콘텐츠에나 규제는 치명적이다. 특히 ‘신서유기’처럼 과감함을 무기로 내세운 콘텐츠는 더더욱 그렇다. 나영석PD는 “웹 콘텐츠 시장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명문화된 규제 혹은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노력 등 어느 정도의 자정은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도 “다만 바람이 있다면, 만드는 사람들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시고 자율성을 보장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제작자들 역시 더 다양한 시도를 과감하게 해서 새로운 문화 상품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조슬기
조슬기
‘신서유기2’에는 다양한 기대가 걸려있다. 젊은 층은 쫄깃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중장년층은 쉽고 서사적인 진행을, 방통위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요구한다. ‘마녀를 부탁해’, ‘꽃미남 브로맨스’ 등 웹 예능 후발주자 역시 ‘신서유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만약 ‘신서유기2’가 연타석 흥행에 성공한다면, tvN으로서는 웹 콘텐츠 시장 선점 가능성을 낙관할 수도 있다. 나영석PD는 자신만만한 모습. 그는 “지금은 과도기이지만 언젠가는 전기차(웹 콘텐츠)가 더 많이 달리는 날이 올 것”이라며 웹 콘텐츠의 세력 확장을 점쳤다.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 나영석PD의 상상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텐아시아DB,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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