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팀 첫 규명…"항바이러스제 남용하면 안돼"

사람 장 속에 사는 바이러스가 만성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키는 희귀 장 질환인 크론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흔히 바이러스는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 속에 공생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오히려 몸의 면역력을 지켜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권미나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장내 공생 바이러스가 면역력을 활성화해 항염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면역세포 신호전달체계인 '톨유사수용체3/7' 기능이 망가진 생쥐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악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장내 공생 바이러스가 보유한 유전물질(RNA)과 동일한 폴리와 이미퀴모드를 생쥐에 투여해 톨유사수용체3/7을 활성화?다.

그 결과 면역 물질인 '인터페론 베타'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염증성 장질환 증세가 크게 완화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항바이러스제가 장내 바이러스의 양적·질적 변화와 장내 세균 군집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연구팀은 파악했다.

이에 비해 항바이러스제로 장내 공생 바이러스의 양을 감소시킨 생쥐는 오히려 염증성 장질환이 더욱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미나 교수는 "우리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병원성 바이러스와 다르게 공생 미생물인 장내 바이러스는 장내 면역 시스템의 방어 기능을 활성화해 염증성장질환의 발생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항바이러스제의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한편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인 이뮤니티(Immunity) 4월호에 게재됐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