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로 뛰어들고 휑한 공터로 가기도
전문가 "내비게이션은 보조수단, 주변정보 확인해야"

대구에 사는 서정현(42)씨는 최근 해가 진 뒤 경북 문경에서 상주로 국도를 따라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아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상주 나들목으로 진입하려고 했지만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

실제 우회전해야 하는 위치보다 조금 일찍 우회전하는 바람에 다른 길로 접어든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서씨처럼 내비게이션 안내만 믿었다가 길을 헤맨 경험을 한 운전자는 한 둘이 아니다.

울산에 사는 김모(28·여)씨도 지난해 11월 우정혁신도시의 한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

인터넷으로 확인한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지만 도착한 곳은 휑한 공터였다.

지도정보가 내비게이션에 늦게 반영돼 예전에 있던 장소를 안내하는 경우도 많다.

내비게이션 길안내를 받아 운전하다가 사고가 날 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에서는 철도 건널목을 지나던 승용차가 철로로 진입하는 바람에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10일 오후 9시께 용산구 경의중앙선 서빙고역∼한남역 간 서빙고북부건널목을 건너던 박모(46)씨 승용차가 차로를 이탈해 선로 중간에 멈춰 섰다.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해 양방향 열차 운행 정지를 요청한 뒤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 사고로 양방향 열차 운행이 20여분 지연됐다.

운전자 박씨는 "우회전하라는 내비게이션 안내를 철도 건널목을 지난 뒤 따랐어야 했는데 건널목 위에서 우회전해 선로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경북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한 운전자가 해가 진 뒤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철길 건널목을 건너다가 내비게이션 안내를 착각해 철길로 들어섰다.

당황한 그는 50m가량 철길을 따라갔으나 바퀴가 철길에 빠져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신고를 받은 철도공사 관계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경부선에서 갈라져 대한송유관공사 영남지사로 들어가는 지선이었다.

열차 통행이 드문 곳인 데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공기부양장치 등을 이용해 차를 밖으로 빼내 다행히 다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만약 이 철로가 열차 운행이 많은 곳이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이같은 '내비게이션 안내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 위험이 있는 만큼 내비게이션에 지나치게 의존해 운전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하승우 교수는 "내비게이션만 보고 운전하면 뇌가 연산작용을 하지 못한다"며 "자동화에 따른 부작용이 많은 만큼 내비게이션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지형 등 주변정보를 분석하고 해독해서 운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