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가 본지 기자에게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이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이 어렵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미국이 한국의 비관세장벽 해소가 TPP 가입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발언이다. 가뜩이나 미국의 대선레이스 과정에서 한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준수 여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문제 등이 잇달아 불거지는 터여서 정부로서도 미국의 이 같은 주장을 그냥 넘겨선 안 된다고 본다.

미국이 한국의 비관세장벽으로 거론한 건 크게 다섯 가지였다고 한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과 디지털 콘텐츠 제공업자가 전자결제업자로 한국에 등록하도록 한 규정,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업자가 설비 등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구축하도록 한 규정 등 정보기술(IT) 관련 2건, 그리고 자동차 2건, 항공기 1건 등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 관계자는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FTA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며, 규제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투자를 철회하고 떠날 것이란 압력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본격적인 압력 행사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 모양이다. 하지만 FTA를 맺은 상대국이 비관세장벽 문제를 제기한 걸 두고 압력이라는 시각으로만 보는 건 옳지 않다. 그보다는 미국 측이 왜 한국의 FTA 이행을 불신하는지를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서 미국 의회가 TPP 가입조건으로 한국에 FTA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며 지적한 문제들만 해도 그렇다. 한국이 법률시장을 개방하면서 외국로펌 지분을 제한한 것 등은 미국 측 문제 제기가 옳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한국만의 불합리한 규제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FTA를 맺었으면 그 취지에 맞게 약속을 이행하고, 국내시장 보호로 오해 소지가 있는 비관세장벽도 스스로 혁파하는 게 맞다. 이는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