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신한금융, 리스크관리 역량 업계 최고…157개 이상 징후 '거미줄 감시'
신한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 역량은 자타 공인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터진 6800억원대 모뉴엘 사건과 3000억원 규모 KT ENS 금융사고 등 대형 사기대출에서 시중은행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지만 신한은행은 예외였다. 부실 징후를 포착해 조기에 대출을 회수하거나 처음부터 대출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건설 관련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도 신한금융 계열사의 이름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업계에서 “신한은행은 얄미울 정도로 리스크 관리를 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융업계 최고의 건전성

신한금융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각종 금융 건전성 지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NPL)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말 0.8%로 전년보다 0.23%포인트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중 가장 낮다.

신한금융투자는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척도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지난해 말 기준 413%를 기록해 삼성증권(404%), 미래에셋대우(395%), 미래에셋증권(352%) 등에 앞서 주요 대형 증권사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신한금융은 ‘위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이 매번 오지만 손실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를 리스크 관리 목표로 세우고 있다. 리스크와 수익을 동전의 양면처럼 연관된 것으로 보고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는 뜻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회사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는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가 득세하고, 불경기 때는 리스크와 심사담당 부서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항상 균형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157개 이상 징후 감시

신한금융은 그룹 전체적으로 각사의 리스크 관리를 조율하고 종합 분석하는 체제를 갖췄다. 2009년부터 그룹 통합 리스크 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그룹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임명하고 있다. 대외경제 지표는 물론이고 핵심 리스크 지표와 관리 현황에 대한 종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그룹사별 운용 포트폴리오의 자산이나 위험 증가 또는 대외 이슈 변화 등 157개 모니터링 영역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지주회사의 3차원 모니터링 체계인 ‘리스크 대시보드’가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의 지식기반 경영정보시스템인 ‘리스크 천리안’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 인프라로는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작년에는 모든 그룹사가 여신 의사 결정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단일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여신 심사의 객관성과 변별력을 크게 개선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문가 네트워크 ‘REN(Risk Expert Network)’도 운영하고 있다. 각 회사 리스크관리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그룹 차원의 리스크 전략과제와 관련한 문제를 공유하고 주제별 학습과 연구, 토론 등을 한다.

또 △그룹사별 스트레스테스트 방법론 업그레이드 △고위험 영역에 대한 점검 및 대응방안 논의 △편중리스크를 고려한 새로운 신용리스크 측정 방법론 연구 등을 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