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무부 차관 "이란과 함께 성장할 한국기업 투자받고 싶다"
“이란에 와서 제품만 팔려고 하는 회사보다는 이란과 함께 성장할 기업을 찾습니다.”

최근 방한한 이스마엘 나자르 이란 내무부 차관(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한국 기업이 함께할 사업이 많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자르 차관은 “지난해 경제제재가 풀린 뒤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이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란 정부 입장에서는 그냥 이란에서 물건만 팔려는 회사보다는 함께하려는 회사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자르 차관은 “예를 들어 단독 진출보다는 이란 기업들과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회사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좋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진출할 때도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자르 차관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처남으로 지난달 말 스포츠 전문채널 에스티엔(STN)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비공식 방문이었지만 이란 석유화학 기업 MEB의 에스마티 사이드 회장, 원유·가스·유통 회사인 PRM의 코다파라스트 마지드 회장 등 민간기업 대표단이 동행했다. 나자르 차관은 이들과 함께 KCC 디지파이코리아 진행워터웨이 등을 방문했다. 나자르 차관의 비공식 방한은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로 외국 기업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이란 정부가 한국 시장 조사, 한국 기업들과 협약 체결 등의 필요성을 느낀 데 따른 것이다.

나자르 차관은 이란에서 한국 기업이 사업을 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특히 크다고 말했다. 나자르 차관은 “드라마에서 보면 한국인은 깍듯하게 서로 인사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등 예의가 바른데 이란은 한국의 그런 문화를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인기를 끈 대표적인 한국 드라마는 ‘주몽’과 ‘대장금’. 나자르 차관은 “이란 사람들이 볼 때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나라를 건설하는 주몽과 소서노는 최빈국에서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며 “주몽 이야기는 이란의 과거 페르시아 왕조 이야기를 담은 ‘왕들의 책(King’s Book)’에 나온 이야기 구조와 흡사해 더욱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서 한국 제품이 인기 좋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나자르 차관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 제품을 이란에서 집집마다 사용할 정도로 한국산을 좋아한다”며 “나 역시 집의 TV와 가전제품이 전부 한국산이고 대우자동차를 10년 넘게 타고 있을 정도로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이란 국가재난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나자르 차관은 방한 기간 중 와이파이 기반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을 개발한 디지파이코리아와 이란 국가 재난망 구축 사업을 협의했다. 또 방진 및 방독 마스크 제조업체인 온누리플랜과 이란 PRM은 산업용 마스크 수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나자르 차관은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에 많은 기회가 생겼고, 한국과 이란은 생각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며 “앞으로 이란이 성장하는 데 많은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