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일이다. 아직도 심란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포퓰리즘 공약 경쟁을 일삼아온 여야 정당에 염증을 느끼고 온갖 구태만 되풀이하는 여의도 정치에 신물이 날 만도 하다. 시종일관 ‘입법 독재’라는 극단적 비판 속에서도 국회선진화법으로 스스로 변화의 발목을 잡았던 최악의 19대 국회가 이번 선거로 또 반복될 것이란 우려부터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게 퇴행일변도 우리 정치의 냉정한 현주소다.

후보들 면면을 살펴보고 공약 하나하나를 들여다봐도 겁부터 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역구마다 전과자가 넘치고, 병역기피자도 유독 많다. 세금을 제대로 낸 적도 없는 후안무치들이 득실댄다. 안보와 경제의 두 축이 동시에 비정상 궤도를 맴도는 국가적 긴장상태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공약들이 태반이다. 국가적 비전이나 사회발전을 향한 장기발전 계획은 고사하고 그저 내 동네에 나랏돈 챙겨오겠다는 ‘골목 후보’들로 가득찼다. 각 당 지도부가 오히려 더하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인지, 군의원 구의원이 되겠다는 건지조차 알 수가 없다.

우중정치와 부박해진 선거가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라고 하지만 최근 우리 정치권의 저급화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단순히 ‘더러워서 안 찍는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치 혐오에 매몰돼 있을 수만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게 유권자 책임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냉소도, 서글픔도 극복하면서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투표장에 나가지도 않으면서 비판과 후회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나중에 후회를 하더라도 투표소엔 다녀가는 것에서 발전과 진보의 계기도 나오지 않겠나. 이 시대 건전한 시민의 정치적 의무는 ‘무능국회, 막장국회, 갑질국회’를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 방울의 물이 바다를 이루듯 유권자 개개인의 선택이 모여 큰 정치개혁을 이뤄낸다. 유권자가 허무주의에 빠질수록 구악 정치인들이 필연적으로 득세한다. 적은 비용으로 효과가 큰 것이 그래도 선거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후보를 뽑자. 내 한 표가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