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비상장' 고집 꺾은 박성수 이랜드 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사진)이 1980년 창업 후 30년 넘게 지켜온 ‘비상장’ 고집을 꺾고 잇달아 핵심 계열사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패션산업 한파에 공격적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불어난 빚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말 뉴코아·2001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을 상장하기 위해 현대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연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늦어도 2017년까지 상장을 마칠 계획이다. 그룹 현금 창출원인 중국 패션사업의 구체적인 상장 그림도 지난 6일 내놨다. 여성복과 스포츠 브랜드 판매법인을 합친 뒤 2020년까지 홍콩이나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것이다.

IB업계는 이랜드그룹의 이 같은 변화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으로부터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압박을 받으면서도 “기업가치 평가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상장을 미뤘다. 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해온 그룹 경영에 외부 주주의 간섭이 들어오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꺼내든 카드”라며 “최근 중국과 국내 패션사업의 급작스러운 수익성 악화로 금융권 차입마저 곤란해지자 더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