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동문제의 핵심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중구조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4.2, 중소기업 정규직은 52.3 수준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4.6밖에 안 된다. 정규직이 과보호받으면서 생긴 구조다. 이 정규직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어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기간제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이 놓치고 있는 게 이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전환 후 근로조건은 기존 정규직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률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경우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나아가 2년이 안 된 경우라도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으면 정규직으로 올려주라고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기업들이 이 법을 피해가기 위해 비정규직 으로 채용한 뒤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상시·지속적인 업무이므로 회사 간부차량 운전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하면 어떤 회사가 말을 듣겠는가. 해당 근로자는 해고되거나 파견회사 소속으로 바뀌게 돼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일 뿐이다.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더는 방치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가이드라인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처우가 지금처럼 열악해진 것은 오로지 정규직에 대한 다락 같은 차별 대우 때문이다. 정규직 기득권을 깨지 않고 비정규직 대우만 개선하라는 이 같은 비현실적 가이드라인은 노동현장의 분란만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