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처별로 시행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감사 결과 40곳이 넘는 공공기관이 ‘주의’ ‘경고’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국정감사 등에서 불거졌던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한두 곳이 아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청년 구직난이 날로 가중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 소속 사업장들이 고용세습 단체협약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터였다. 공공기관조차 채용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건 개탄할 일이다.

채용비리 양태 또한 충격적이다. 특정인에게 채용 특혜를 주기 위해 응시자격을 바꾸는가 하면, 여성 후순위나 특정학교 배제 등의 방법도 동원됐다. 채용절차 없이 이미 불합격한 지원자를 채용하기도 했고, 합격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규정상 합격자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최종면접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우선순위자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쯤 되면 전형기준은 허울뿐인 ‘제멋대로 채용’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근로복지공단, 가스안전공사, 건설기술연구원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관들이 그렇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어쩌다 채용비리의 온상처럼 됐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공공기관이 무슨 전리품인 양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공공기관을 하나씩 꿰차고 내려갈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결과다. 특히 정·관계를 넘나드는 마당발 로비를 자랑하던 인사들이니 그 비호세력의 청탁을 거절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어쩌면 이들은 정·관계 로비 네트워크를 더 넓히고 다음 자리까지 예약하기 위해 채용비리를 자청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당발들의 약진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다. 더구나 노조는 노조대로 기관장의 이런 약점을 잡아 자기들 잇속을 채웠을 게 뻔하다. 인사부터가 이런 식이니 경영인들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소속 부처 또한 채용비리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관장을 강하게 문책해야 마땅함에도 낮은 징계 수위로 일관하는 것부터 그렇다. 이번에 적발된 공공기관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채용비리의 만연이 불공정한 사회라는 비판의 출발이라는 점을 알고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