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유망 내수 중기를 수출기업으로 키워내자
사막의 모래 폭풍과 작열하는 태양, 도적떼의 약탈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던 대상(隊商) 카라반처럼 지난 50년간의 경험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제2의 무역입국’을 위한 수출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규모는 세계 6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수출액이 15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부터 감소세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본격적인 반등 기운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출 활력 회복을 위해 ‘현장행정’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 제조업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산업단지의 수출 증대가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장관이 지원단을 구성해 반월·시화, 구미, 광주, 오송 등 전국 4개 산업단지를 순회하는 ‘산업단지 수출 카라반’을 실시하기도 했다. 수출 지원 업무를 기다리는 방식의 원스톱(onestop)에서 나아가 찾아가는 방식의 제로스톱(zerostop) 서비스로 전환해 현장에서 해법을 찾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지원시책 설명회와 간담회에서 취합된 금융, 무역인력, 바이어 발굴,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수출 인큐베이팅 등 다양한 분야의 애로사항 중 30여건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해법을 제시했거나 해당기업을 방문해 해소하기로 했다. 범(汎)부처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13개 과제는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상정해 해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출 증대 기여도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조정해 수출지원사업에 투자하고, 연구개발(R&D)·금융·인력 등 지원정책도 수출기업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다양한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수출 지원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인지도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책 전달체계를 점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정책의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실·국장급 간부들이 전국 시·도를 찾아 수출 지원 설명회와 상담회를 여는 등 수출 애로 해소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장 행정에 대한 평가는 기업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정책을 일방향적으로 공급하는 데 치중하던 행정의 흐름이 바뀌면서 정책과 기업현장의 미스매치(불일치)가 많이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책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어우러진다는 측면에서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정부는 올해 5000개의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을 보유하고도 수출경험 부족, 무역전문인력 확보 및 해외 거래처 발굴 애로 등으로 수출을 추진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전수조사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토대로 무역실무경험이 풍부한 KOTRA, 무역협회 등의 전문인력과 관세사들을 집중 투입해 기업의 수출역량 진단에서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 지원해야 한다.

산업부를 중심으로 산업단지공단, KOTRA, 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 간 연계협력체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수출종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수출 초보기업에 멘토기업을 연결해줘 기업 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 된다. 이번 수출 카라반 여정이 산업정책 수립 과정에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정책이 실물을 견인하고 실물상황이 정책에 재반영되는 선순환 시스템이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수출 활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은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강남훈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