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 기획재정부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와 유사한 방식인 발생주의 회계기준에 따라 집계한 국가부채액은 지난해 1284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9%(72조1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집계를 시작한 2011년(773조5000억원)에 비해 4년 만에 66%나 급증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산한 국가채무도 지난해 590조5000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액도 38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의 최대치였다. 기재부가 당초 예상한 수준보다 줄었다고 하는 게 이 정도다.

국가부채 증가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금이 가장 큰 요인이다. 두 연금 충당금 부채만 지난해 660조원으로 전체 부채의 절반을 넘는다. 전년보다 16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그나마 공무원연금에 ‘찔끔 개혁’이라도 안 했다면 국가부채는 130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OECD 등의 국제 비교를 보면 당장 재정에 큰 탈이 날 정도는 아니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D2) 비중은 2014년 41.8%,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만 합산한 국가채무(D1) 비중은 2015년 37.9%로 OECD 평균치(2015년 기준 115.2%)를 한참 밑돈다. 무디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며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는 것도 부채 건전성을 높이 산 것이다.

당초 우려보다는 선방했다고 보지만 결코 좋아할 일이 못 된다. 지난해 세수(稅收)가 예상보다 잘 들어왔지만 올해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부동산 양도세 같은 일과성 요인에 힘입은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법인세수가 늘어난 것도 경기가 살아나서가 아니라, 국세청이 기업들을 바짝 조인 결과라고 봐야 한다. 더구나 복지예산 지출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공무원·군인 연금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국가부채 외에 가계부채도 120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자칫 가계, 기업, 국가 모두가 부채에 치일 수 있다. 당장은 틀어막았지만 시한폭탄은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