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 콘퍼런스' 참석 알렉스 드노블 전 미국 중소기업학회장

한국 창업자, 엔젤투자 기피
'낙인' 두려워하면 큰 기회 놓쳐
대기업도 새로운 도전 필요
"실패 경험 쌓는 환경부터 조성돼야 창업 활성화"

“기업가 정신은 실패 경험을 통해 길러집니다.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환경이 조성돼야 창업이 활성화됩니다.”

알렉스 드노블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사진)는 4일 성남시 분당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은 사업에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평생 그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청년 창업가의 부담이 큰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 미국 중소기업학회 회장을 지낸 드노블 교수는 샌디에이고주립대 ‘라빈 기업가 정신 센터’를 맡아 기업가 정신과 기업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6~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과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리는 ‘2016년 기업가 정신 중소기업 월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한국에서 엔젤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게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드노블 교수에 따르면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는 사업계획서보다 창업자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업계획은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기 어렵지만 창업자의 신용은 상대적으로 검증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창업자가 자신의 신용을 시장에서 평가받기보다 가족, 친척 등 주로 가까운 사람에게서 자금을 조달한다. 사업이 잘 안됐을 때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엔젤투자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은 투자자가 없어서일 뿐만 아니라 창업자도 이를 꺼리기 때문이란 얘기다.

드노블 교수는 “기업가 정신은 쓸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더라도 기회를 포착하고 도전하는 게 핵심인데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실패는 있기 마련”이라며 “기업가는 대학 교육보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창업 초반에 이익을 내는 것에 집착하다 보면 더 큰 기회를 놓친다”고 지적했다. 사업계획을 짜고 투자자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내놓는 노하우가 창업자에게 가장 큰 자산이란 설명이다. “이런 경험을 쌓다 보면 사업계획이 정교해지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드노블 교수는 말했다.

그는 대기업에도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뒤 급격히 관료화하는 대기업은 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새로운 도전을 주저한다”며 “이때 필요한 게 기업가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DVD 대여업체 블록버스터의 몰락과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전송)업체 넷플릭스의 부상을 꼽았다. 드노블 교수는 “블록버스터는 얼마든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주저하다 결국 주도권을 넷플릭스에 내줬다”며 “안주하는 순간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기업이 창업자를 뒷받침하는 국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선 “혁신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드노블 교수는 “창업 기업뿐 아니라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고 서로 배워나가야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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