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오는 7일 열릴 예정인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를 앞두고 경쟁하듯 최저임금 인상을 4·13 총선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9000원,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 1만원을 제시했다. 산업계에선 정치권의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하면 임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중소기업이 속출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임금제] 새누리 "9000원" 더민주 "1만원"…경쟁하듯 최저임금 인상 공약
4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8.1% 오른 시간당 6030원이 되면서 최저임금 영향률은 지난해 14.6%에서 올해 18.2%로 뛰었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오르는 근로자의 비율이다.

경총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빠르게 올라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전체 근로자의 5분의 1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상황까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경영계의 지적이다.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진 2011년 이후에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매년 6%를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최저임금 인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봉균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20대 국회 임기 내에 연평균 8~9%씩 올려 최고 9000원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사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소득 근로자에게 정부가 현금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 지원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1조6000억원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더민주는 4년 안에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매년 14%씩 올리겠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지원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액을 모두 기업 부담으로 돌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7일 1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다. 위원회는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에 정부 측 특별위원 3명이 추가된다. 통상 3개월 동안 협상을 거듭해 6월 말이나 7월 초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강현우/유승호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