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계 최강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역사적인 대국을 모두 보셨을 것입니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 모두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힘은 인간들의 영역 아주 가까운 곳까지 와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 주요 직업 400여개 가운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로봇기술(Robotics) 등을 활용한 자동화에 따른 직무 대체 확률이 높은 직업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단순반복 업무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을 기반으로 자동화가 이루어져 '사람의 손'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힘든 어려운 지식이 요구되어 지금까지도 '전문직'으로 분류되어 대접받아 온 회계사(125위), 세무사(153위)의 자동화 직무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반복적인 저숙련 업무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인지적 업무도 인공지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회계사·세무사는 변호사(279위), 변리사(251위), 관세사(161위)등의 동종 자격사들과 비교해서도 직무 대체 확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세무사·회계사들도 AI의 도전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 지금의 화이트칼라 전문직의 위상을 내려놓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진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업계 내부에서는 회계사와 세무사의 업무가 지금처럼 회계감사, 기장대리, 세무조정 중심으로 유지된다면 미래에 없어질 직업에 포함된다는 전망이 결코 무리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열악한 처우에 회의감을 느껴 개업을 꿈꿨던 근무세무사들도 AI의 등장으로 새로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이들은 세무·회계업무 중 단순한 기장은 조만간 컴퓨터로 완벽히 대체될 것이며 10년 뒤면 대부분의 세무사무소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업이 망설여진다고 말했습니다.

한 청년세무사는 "최근 개인사무실을 열려다 포기했는데 이유는 알파고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며 "세무사시장의 주요 수익원은 기장업무가 주를 이루는데 이런 일들은 난이도가 어렵다기 보다는 일일이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아 AI가 하면 더 잘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세무사의 업무는 인공지능으로 10년 내 아니 5년 내에 대체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개업보다는 법인 근무를 더 하려고 진로를 바꿨다"며 "물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한꺼번에 가져가지는 않겠지만 결국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청년 세무사는 "세무사 업무 중 고난이도라 평가되는 세무조사업무나 양도·상속 등의 업무는 수임하면 좋겠지만 초짜 세무사들에게 이런 일이 돌아올 리 만무하다"며 "결국 난이도가 낮은 기장업무를 통해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5년 동안 거래처 확보를 위해 노력해서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분위기 속에서는 자동화로 기장시장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은 실감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모바일 뱅킹의 발달로 금융권의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하이패스가 통행료 징수원을 IPTV가 DVD대여점을 밀어낸 것처럼 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빠르게 급변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솔직히 세무직공무원들이 하는 일도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업무라고 생각되지만 공무원의 대체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회계·세무업계는 5~10년 내에 충분히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대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시기 많은 혜택을 누려 AI의 등장이 두렵지 않다는 한 중년 세무사는 "세상이 너무 급변함을 느낀다"며 "세무사나 회계사는 늦어도 20년, 빠르면 10년 내에 없어질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나는 많은 것을 누렸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안쓰럽다"며 "우리 때는 100의 노력을 하면 200이상의 보상을 받았는데 현재 청년 세무사들은 100의 노력으로 10도 건지기 힘든 구조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조세일보 / 박지환 기자 pjh@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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