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 아래로 떨어졌다. 판매량 세계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급차 회사는 판매량이 서너 배 많은 회사와 비슷한 규모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 '금융위기 때의 악몽'…영업이익률 7% 깨져
3일 KB투자증권이 도요타와 현대·기아차, 다임러(벤츠가 소속된 회사), BMW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비교 분석을 위해 각 업체 실적을 지난해 연말 환율을 기준 삼아 원화로 환산했다.

지난해 합계 801만대를 판매한 현대·기아차는 매출이 141조4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8조7121억원, 순이익은 9조1397억원으로 각각 13.9%와 14.1% 줄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6.2%로, 2009년 5.6%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BMW(10.4%)와 도요타(10.1%), 다임러(8.5%) 등에 이어 4위다. 특별히 나쁘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는 추세라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완성차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낸 2009년에도 5%를 넘어섰고 2011년에는 9.5%를 기록했다. 공격적인 증설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고 아반떼와 쏘나타, K5 등 소수 차종에 집중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하지만 2012년 9.1%, 2013년 8.5%, 2014년 7.4%, 작년 6.2%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럭셔리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쏠리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한박자 늦은 점, 중국 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점유율을 잃은 점 등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현대·기아차가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독립시키고 SUV 생산량을 늘리기로 하는 등 전략을 펴는 건 수익성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9년 5조원대 적자를 낸 도요타는 지난해에는 매출 264조원, 영업이익 26조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0.1%에 달한다. 엔저(低) 덕도 있지만 같은 일본 기업인 혼다와 닛산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각각 5.0%와 5.2%에 그쳤다는 점에서 럭셔리 브랜드 강화와 시장 다변화 등이 도요타 수익성 개선의 열쇠로 꼽힌다.

도요타의 전체 판매량은 2014년 1023만대에서 지난해 1015만대로 0.8% 줄었다. 하지만 도요타 내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는 같은 기간 12.1% 늘어난 58만대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다임러는 지난해 285만대를 팔고도 801만대를 판 현대·기아차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많았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