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신규 여섯 개 등 총 65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신규 지정된 여섯 개는 SH공사, 하림, 한국투자금융,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기업 인수나 보유 주식가치 상승 등으로 자산이 늘어 대기업집단이 된 카카오, 하림, 셀트리온은 새로 적용받게 될 규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순간 새로 적용받는 규제만도 공정거래법, 은행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에 달한다. 특히 정보기술(IT)기업으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된 카카오는 지난해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에 복병을 만났다. 비(非)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 한도를 현행 4%(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데다, 앞으로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대기업집단은 의결권 4% 상한(은산분리) 규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T는 이미 대기업집단이다. 이대로 가면 대기업집단 지분 규제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출범이나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는 뒤늦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대기업집단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하세월이 될 게 뻔하다. 시대착오적인 은산분리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든 꼴이다.

셀트리온이나 하림의 처지도 다를 게 없다. 성장 과정에서 계열사가 늘어난 이들은 일감 몰아주기, 채무보증 등의 규제가 발등의 불이다. 결국 경제민주화니 뭐니 하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대기업 규제가 신규로 대기업집단이 된 기업들의 발목을 잡게 생겼다. 일각에서는 자산 5조원이라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현실에 맞느냐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지정 기준을 높이는 게 근본 해법일 수 없다. 대기업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마땅하다. 이런 규제를 그대로 두고서 기업에 왜 투자하지 않느냐고 다그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가당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