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4월부터 전 국민 원격진료 서비스에 들어간다. 고령화에 따른 환자 편의를 증진하고 급팽창하는 세계 원격의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의사단체 반발과 정치권의 논란으로 원격진료 사업이 2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월부터 의사와 환자 간 무제한 원격진료를 시행한다. 일본도 이전까지는 섬, 산간 지역 등 의료 낙후 지역 거주민에게만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대상 질병도 고혈압, 당뇨 등 9가지 질병으로 제한을 뒀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의료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과감히 기존 규제를 철폐했다. 2020년 4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원격의료 시장을 겨냥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민간업체들은 원격의료 전면 도입에 맞춰 발빠르게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 의료정보 개발업체 엠알티(MRT)와 옵팀(OPTiM)은 원격의료 서비스 ‘포켓 닥터’를 민간 업체 최초로 출시했다. 포켓 닥터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의사의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혈압, 혈당 등을 측정한 생체 데이터나 환부를 촬영한 사진을 의사에게 보내면 원격으로 진료를 받는다. 포켓 닥터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1340곳. 일본 내 의료기관 중 1% 정도지만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포트 메디컬’ ‘앰큐브’ 등 다양한 원격의료 서비스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1988년 시범사업을 처음으로 시행했지만 여전히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막혀 있다. 복지부가 2009년에 이어 2014년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상임위원회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야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끝나는 5월 29일이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의 재정 지원 아래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원격의료의 효용성을 입증했다”며 “주요 국가 중 한국만 아직까지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