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폭스바겐을 상대로 허위광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배상하라며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최대 150억달러(약 17조2800억원)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지난 1월 미 법무부가 디젤차의 청정공기법 위반을 이유로 폭스바겐에 제기한 최대 9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과는 별도다.

미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할 때마다 대비되는 건 한국의 규제당국이다. 똑같은 배출가스 조작을 두고 미국과 한국의 대응방식이 어째서 하늘과 땅 차이냐는 것이다. FTC는 폭스바겐이 지난 7년간 미국에서 내보낸 ‘클린 디젤’ 관련 광고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폭스바겐 디젤차가 미 연방정부의 허용 기준치보다 최대 40배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데도 친환경 자동차로 포장해 판매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둔갑시킨 것은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다를 게 없다. 당연히 한국에서도 허위광고를 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에는 저승사자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장면에서는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혹여 디젤차를 ‘클린카’로 부르고, 가솔린차에 저탄소차 협력금을 물리려 했던 환경부 입장을 고려한 것인가. 정부 대응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환경부가 폭스바겐 사태 2개월 뒤에야 리콜명령을 내린 것부터 그랬다. 리콜도 일부 차량에 그쳤고 과징금도 141억원에 불과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뒤늦게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검찰은 배출가스 조작 검증을 신형엔진 탑재 모델로 확대한다지만 여전히 뒷북을 친다는 인상이다. 정부가 이렇게 미온적이니 폭스바겐이 국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가 오만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보상은커녕 성의 없는 리콜로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 공정위도 왜 꿀 먹은 벙어리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