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가 전세계 산업 지형도를 송두리째 뒤엎고 있는 가운데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권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과 ICT로 무장한 기술기반 기업들이 금융권에 발을 내딛으며 충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기획시리즈 오늘 그 첫 순서로 혁신을 통한 진보냐 아니면 퇴보냐의 갈림길에 선 금융권을 조명해 봤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기자>매일의 입출금, 은행 잔액 총계, 건별로 맞추는 ‘을호’와 ‘갑호’를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증권 객장에서는 시세판을 보던 고객이 직원에게 주문을 내던 시절.보험·카드 판매원은 가정·사무실에 들러 자필로 된 종이 서류 가입을 받아야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테블릿PC, 로봇이 그 자리를 하나 둘 매우며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원하는 거래가 이뤄집니다.70년대 금융권내 전산 도입을 출발점으로, 외환위기를 거쳐, 현재 금융환경이 자리를 잡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을 기점으로 변화는 속도전 양상입니다.변화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지점에 가서 돈을 찾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는 등 디지털 세상 속 아날로그가 혼재돼 있는 환경은 사실상 고별을 앞두고 있습니다.<김정필 기자>이처럼 종이에 거래 내역을 일일이 적고 현장의 영업점 직원과 얼굴을 마주하며 해오던 거래. 즉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너무나 뚜렷한 기존의 금융거래 방식은 디지털금융, ICT, 핀테크, 인공지능 등의 출현으로 점차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이 같은 변화는 비단 어제 오늘 만의 급격한 변화는 아닙니다.2014년 일본의 심장부 도쿄의 한 은행 지점. 내외국인 고객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20개 언어를 구사하고 인간의 감정을 분석하도록 개발된 로봇 은행원 ‘Nao’였습니다.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일본어·영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니즈를 파악해 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에 불편이 없도록,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로봇을 전면에 배치한 것입니다.당시 일본과 각국을 들썩이게 했던 로봇 은행원의 등장은 국내에서 만큼은 그저 해외토픽 정도로 소개됐을 뿐이었습니다.2년이 지난 지금 국내 금융권은 로보어드바이저, 무인점포, 생체인증, 인공지능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알리바바, 카카오, 삼성, 애플 등 이종산업의 공세를 따라가는 것만도 버겁기만 합니다.대규모 자금을 풀어 이자, 수수료를 받고 적당히 그 시점의 기술을 접목해 서로 유사한 서비스와 상품을 내 놓는 일명 ‘땅 짚고 헤엄치기’ 행태가 여전하고, 진보중인 기술을 경쟁상대로 보는 것이 아닌 협업·보조수단에 국한했던 판단 미스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핀테크, ICT 등을 가미한 점진적이고도 수동적인 변화를 준비하던 금융권은 `세기의 바둑대결`에 등장한 인공지능의 수준과 반격에 충격을 받으며 서둘러 인식의 전환을 재촉하기에 이릅니다..<인터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3월 주총“디지털이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디지털금융을 구현·선도하고”<인터뷰> 윤종규 KB금융 회장/3월 주총“업종간 경계 붕괴되면서 누가 향후 경쟁자가 될 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상황 전개”기술 진보와 함께 소비자 또한 이 같은 환경,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받아들일 준비를 이미 마쳤다는 점도 더 이상 금융권이 변화를 거부하고 미룰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인터뷰> 천대중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위원“고객들 기술 변화 수용하는 인식 변화가 진행되면서 더 부각되고 있다. 고객관리, 빅데이터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고”특유의 `신중함`과 `조심성`이 금융권으로 하여금 새로운 플랫폼 출시와 적용을 주저하도록 만든 사이, 모바일과 SNS, 핀테크 등 IT·제조 기반의 플레이어들이 금융시장을 파고든 지 이미 오래입니다.라이센스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아 고유의 영역을 보호받아 왔지만 반대 급부로 금융사들이 그 테두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요인이 되며 변화의 속도와 흐름에 뒤처졌다는 경고음도 들립니다.PCS 등 `내 손 안의 전화`가 등장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삐삐`, 전체 필름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등 디지털화, 스토리지 환경을 예견·준비하지 못해 파산의 길을 걷게 된 코닥 등의 사례는 전 금융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수정·보완만 해 나갈 것이 아니라, 판 자체를 갈아야 살아남고, 패권을 쥘 수 있는 대전환기를 맞이한 셈입니다.<인터뷰> A 금융사 고위관계자“완전히 다른 시대 대비해야. 은행·증권 금융권간 경쟁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 접근 필요.이전처럼 가만히 앉아 영업하면 다 망한다”돈을 `빌리고 갚고`, `보장하고` , `불려주는` 금융 ‘업(業)’ 자체는 수 백, 수 천년이 지났어도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지만, `개별 금융사는 망할 수 있다`는 한 금융 CEO의 언급이 전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분명합니다.어찌보면 앞으로 금융권이 핀테크, IT 기업보다 오히려 더 핀테크·IT 기업 다워야만 살아남는 시대를 앞두고, ‘더 싸고’ `더 좋은` ‘더 빠른’ 서비스와 상품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와 눈높이를 충족시키며, 금융산업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인 지, 아니면 이를 거부한 채 사라져 갈 것인 지 기로에 서 있습니다.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김정필기자 jpkim@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2050년 날으는 신발 나온다…35년후 현실화될 기술들ㆍ[카드뉴스] "유 대위님 전두엽 피질에 이상이 생겼지 말입니다."‥사랑 호르몬 이야기ㆍ[공식입장] 김민재 최유라 측 "6월 결혼 NO, 교제기간 밝히기 어려워"ㆍ"상장하면 수익이 100배" 불법 유사수신업체 주의보ㆍ빅뱅, 美 ‘타임’ 대서특필 “빅뱅, `타임 100` 온라인 투표 3위"ⓒ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