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봄 개편의 시즌이 돌아왔다. 지상파 3사 예능국이 신규 프로그램들을 속속 내놓으며 변화의 바람을 예고한 가운데 ‘쿡방’에 이어 ‘음악 예능’ 등 한정된 소재가 아쉽기만 하다. 과거 90년대 후반을 떠올려보면, 지금까지 전설로 회자되는 명품 예능들이 탄생, 전성기를 누렸다. ‘공포의 쿵쿵따’, ‘X맨’, ‘동거동락’ 등 신선하고 실험적인 소재로 ‘골라 보는 재미’가 있었던, 추억의 예능 프로그램 3편을 꼽아봤다.▲ 기쁜 우리 토요일-영파워 가슴을 열어라 (1994~2001)‘기쁜 우리 토요일’은 토요 예능하면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홍록기, 김진, 이지훈, 신동엽, 이영자, 김원희, 송혜교 등 당시 핫한 스타들이 MC를 맡았으며 그중에서도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이하 영파워) 코너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영파워`는 고등학생들이 학교 옥상에 올라, 평소 불만이나 고민 등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자유 발언대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포맷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인기를 끌며 간판 코너로 자리잡았다. 당시만해도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흔치 않았던 만큼, 일반인인 학생들이 옥상에 올라 악을 쓰는 모습은 파격 그 자체였다.‘영파워’는 당시 청소년들의 연예계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영파워` 출신 스타로는 판유걸이 있다. 1999년 당시 고교생이었던 판유걸은 “나는 판씨입니다!”라며 자신의 특이한 이름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를 재치 있는 입담과 특유의 동작으로 전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또 개그맨 남창희 역시 2000년 ‘영파워’가 배출한 고교생 스타였다.특히 부모님, 선생님, 혹은 친구에게 평소 서운했던 점이나 고민을 털어놓고,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하는 순수한 학생들의 모습이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학업 문제로 교제를 반대하는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성적은 올리면 되지 않나요? 손잡는 것 이상은 안 할테니 교제를 허락해주세요!”라고 호소하는 남학생, “섹시한 몸매의 총각 선생님, 기껏해야 저랑 11살 차이에요. 3년만 기다려주세요!”라며 당차게 고백한 여학생의 귀여운 사연도 있었고, “매일 사고만 쳐서 엄마가 수도 없이 학교에 불려다녔지. 이젠 정말 착한 딸이 되고자 이 자리에 나왔어!” 등의 사연이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 덕분에 제작진들은 ‘왜 우리학교엔 오지 않느냐’, `졸업하기 전에 와달라`는 전국 고교생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 (1996~1998)매주 일요일 저녁, TV 앞에 앉아 양심냉장고의 주인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던 시절이 있었다. MBC ‘일밤-양심냉장고’는 당시 IMF로 침체돼있던 사회적 분위기에 기본적인 법과 양심을 지키는 이웃들의 모습이 감동과 교훈을 선사하며 단순히 웃고 떠드는 예능 이상의 가치를 내보였던 프로그램이었다.김영희 PD와 이경규가 의기투합한 ‘양심냉장고’는 야심한 시간, 도로에 잠복하고 있다가 정지선·교통 신호, 안전 속도 주행 등 기본적인 교통 규칙을 제대로 지킨 이에게 냉장고를 상품으로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예능 프로그램과 공익성 캠페인을 접목한 최초의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특히 이 프로그램은 첫 회 아무도 없는 새벽 도로에서 홀로 정지선을 지킨 장애인 부부의 모습을 담아내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과거 김영희 PD는 한 토크쇼에 출연해 당시 상황에 대해 "첫 촬영 당시, 늦은 밤 인적이 뜸한 도로였던 만큼 모든 차들이 적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새벽 4시가 넘었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촬영을 접자는 의견이 나올 무렵 티코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신호를 지켰다. 눈물이 날 만큼 감격스러웠다"라고 전했다. 당시 제작진의 노크에 차량 창문을 내린 사람은 장애인 부부였다. 이 부부가 ‘양심냉장고 1호’ 주인공이었다. 후에 김PD는 "운전자가 말을 제대로 못 하기에 음주운전자로 오해하고 `방송이 망했다` 생각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당시 방송에서 이 부부는 “왜 신호를 지키셨나요?”라는 이경규의 질문에, “저는 늘 지켜요”라는 무심한 듯 의미 있는 대답으로 전 국민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양심냉장고`는 첫 방송 이후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등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음은 물론이고 ‘공익 예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무엇보다 양심냉장고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운전자들이 이경규를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들이 전파를 타면서 많은 국민들이 나도 언젠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실제로 이 시기 교통사고는 대폭 줄었고 정지선을 지키는 운전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이후 정지선 지키기 운동이 사회적으로 붐을 일으키면서 프로그램 중반부쯤, 일본인들은 얼마나 정지선을 잘 지키는지 관찰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현지 촬영 내내 모든 차량이 정지선과 신호를 준수해 전 국민을 놀라게 했다. 오토바이 폭주족조차 아무도 보지 않는 도로에서 신호를 완벽하게 지키는 모습은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이경규 특집’도 있었다. MC인 이경규는 교통 규칙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보기 위해 제작진이 이경규의 차를 뒤쫓은 모습이 방송된 것. 그 결과, 이경규는 완벽하게 신호를 지켰고 훗날 이경규는 “그 일 이후 졸지에 내가 ‘살아있는 양심’의 아이콘이 됐다.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눈치를 보게 되더라. 이 프로그램이 내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행복주식회사-만원의 행복 (2003~2008)2003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MBC ‘행복주식회사-만원의 행복’은 매주 두 명의 스타들이 출연해 만원으로 일주일 버티기에 도전, 둘 중 잔액이 많은 쪽이 승자가 돼 부모님을 위한 효도여행 상품권을 차지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이 프로그램을 다시 한다면 금액부터 다시 책정해야겠지만, 당시에도 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스타들의 고군분투기는 큰 재미를 선사했었다.게임을 통해 얻어낸 ‘1회 빌붙기권’이나, 하루 동안 대신 도전자로 나서는 ‘대신맨’ 찬스 같은 옵션들이 재미를 더했다. 또 만원 중 천원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평소 고마웠던 지인에게 전하는 ‘천원의 행복’과 같은 코너들을 통해 스타들은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거나 연예인 지인들과의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천원의 행복`은 스타들이 저렴한 가격의 재료를 구해 간단히 만드는 음식들로 화제를 모았으며, ‘천원의 행복 레시피’가 유행하기도 했다.무엇보다 스타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으로 식사하는 모습, 돈가스 한 조각에 100원, 젤리 하나에 10원 등 제작진과 흥정하는 모습, 제작진 몰래 음식을 먹다가 걸리는 장면등이 주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매일 다양한 미션이 주어지는데 실패시 500원을 차감하거나, 중간점검 게임을 통해 이긴 사람이 상대와 잔액을 교환해 긴장감을 더하기도 했다.(사진=MBC `행복주식회사-만원의 행복`, `황금어장-라디오스타`, SBS `기쁜 우리 토요일` 방송화면 캡처)트렌드연예팀 조은애기자 eun@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기욤 패트리 송민서 ‘예상대로 굿바이’...가깝고도 멀었던 사이?ㆍ박수진 예뻐진 모습으로 `방송 복귀`...어떻게 달라졌나ㆍ청송서 전투기 추락, `폭탄과 같은 무기` 있나 없나..무슨 일이?ㆍ러시아 재벌 2세, 1조원짜리 결혼식 A부터 Z까지 ‘대박이야’ㆍ신해철 집도의, “수술 중지하라” 명령 불복하고 소송전 나선 까닭ⓒ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