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 3월8일 인도 뉴델리의 한 호텔. 한국에서 온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인도 기업 측 인사와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었다. 구로와 가산디지털단지 등에 있는 와이드T&S, 익스트러스, 코리센 등 정보기술(IT) 관련 중소기업 7곳 관계자들이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인도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은 “인도 기업 70여곳이 참가한 정보기술 수출상담회에서 국내 기업이 2800만달러 규모의 수출상담을 벌였고 2차 상담을 통해 800만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개척단은 강남훈 산단공 이사장이 직접 인솔했다. 강 이사장은 “최근 급부상하는 인도 시장에 대한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수출 확대를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산단공은 인도 IT기업연합회(ACTO), 인도전자산업협회(ELCINA), 노이다(NOIDA) 산업단지관리청 등 3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도 현지 유통업체와 파트너 계약을 추진하는 등 IT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 지역 기업들과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강 이사장은 또 다른 국내 기업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해 수출상담을 벌였다. 베트남에서는 호찌민상공회의소 및 비엣탄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울러 최근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 컨설팅 용역 계약을 체결한 베트남 호아칸산업단지 관리기관인 다낭산업공단관리청(DIEPZA)을 방문해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컨설팅 형태로 수출하는 것이다. 베트남 계획투자부(MPI) 응우옌반쭝 차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녹색기술 보유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강 이사장은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베트남은 물론 인도 미얀마 등 신흥시장과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시장을 확장하고 선점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수출 방문단 활동도 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단공이 침체된 수출 회복을 위한 기관차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전체 제조업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9%에서 2014년에는 79%로 높아졌다. 제조업 수출은 거의 대부분 산업단지 기업이 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2011년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산단공은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수출 회복을 위해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산업단지 내 수출 유망 기업 및 품목 정보 구축 △‘글로벌메이트 수출지원단’을 통한 수출 멘토링 활성화 △글로벌 교류협력사업 강화 △수출지원기관 연계 협력 △해외 네트워크 구축 및 바이어 확보를 통한 판로 개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는 산단공이 일선 수출기업과 접촉하는 최전방에 있기 때문이다. 구로 남동 반월 시화 등 수도권은 물론 구미 창원 울산 대불 군산 등 지방 산업단지를 총괄 관리하는 산단공은 입주기업들과 늘 함께 호흡하면서 애로를 파악한다.

산단공은 올해 구호를 ‘창의로’ ‘기술로’ ‘세계로’로 내걸었다. 창의적 혁신을 통한 기술력 제고와 이를 통한 세계 시장 진출 확대를 올해 기업 지원 중점 추진 방향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창의로’는 산업단지 내 소프트파워를 강화해 창의혁신 역량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로’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개발로 신성장동력 창출을, ‘세계로’는 신수출품목 및 기업 육성과 수출시장 다변화를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산단공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인도 및 미얀마 시장 부상, 이란 경제제재 해제 등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입주기업의 해외 거래처 확보 및 수출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시장 개척만 도와주는 게 아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월 시화 구미 창원 판교 천안 원주 등지에 운영 중인 ‘기업성장지원센터’를 통한 현장 밀착 지원으로 강소·중견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통한 클러스터 활동을 강화해 클러스터 소속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업성장지원센터, 글로벌메이트 수출지원단 등 자체 조직과 KOTRA, 무역협회 등 대외기관을 연계해 지역 적합형 해외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고,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산업, 신소재 등 신수출품목을 육성해 수출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해 금융, 무역, 기술, 보증 등을 종합 지원하는 ‘기업성장종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단일 창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강 이사장은 “세계 경제 재편 과정에서 철강, 조선, 화학, 전자 등 주력 산업이 가격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기술에서는 일본에 밀리는 역(逆)샌드위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기술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의 투 트랙 전략으로 입주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