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공식 시작됐다. 아침부터 선거운동원들이 길거리에 알록달록하게 늘어섰고 로고송을 담은 확성기도 종일 울린다. 정치 시즌임을 상기시킨다. 선거는 원래 희망의 이벤트지만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절망이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계파 싸움에 불과한 ‘공천 싸움’에 한 달여를 낭비했다. 그러다 막판에 정책대결이랍시고 내놓은 공약이란 것도 포퓰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제 ‘2017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신춘 경제적 자유 학술대회’는 정치과잉에 눌려 있는 경제적 자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30여명은 경제적 자유를 살려내야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경제적 자유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진단이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교수)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퓰리즘에 기대는 소수의 폭력이 경제적 자유를 핍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수연 경성대 교수는 “시장에서 해결할 문제까지 정치가 결정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정치 과잉에다 정치인-관료-이익집단 간 ‘지대추구 3각 철옹성’이 형성되면서 규제까지 늘어나 기업가 정신을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시 때가 왔다는 듯 ‘경제민주화’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필연적으로 정부와 정치의 개입을 부르게 돼 있다. 당장 여당이 때아닌 양적 완화 정책을 꺼내는가 하면, 야당은 복지증진을 위해 언제든지 국민연금도 털어쓰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짜와 나눠먹기로 국부(國富)가 늘어난다면 좋겠지만, 돈은 누가 주고 일은 누가 하는가 말이다.

어제 행사는 전문학술대회임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청중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교재 150권은 동났고, 서서 듣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제적 자유에 목말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경제적 자유는 기업가 정신을 키운다. 이런 사회라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