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4세대 도요타 프리우스, 시속 70㎞까지 전기 모터로 '위잉~'…주행 성능 군더더기 없는 '모범생'
하이브리드 차량의 원조로 불리는 도요타 프리우스는 1997년 미국 시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도요타 경영진이 연구개발진에 “석유 고갈에 대비한 차를 개발하라”고 지시한 것이 1970년대였다. 20여년의 연구 끝에 나온 차가 프리우스다. 그리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360만대가 팔렸다. 하이브리드 시장을 개척했고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업체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혼다, 닛산, 포드 등 다양한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혼다의 공격이 거세고, 현대차가 프리우스를 겨냥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혼전 양상이다.

4세대 프리우스를 내놓는 도요타 경영진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더 강한 차를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혁신이 필요했다.

도요타는 먼저 플랫폼 자체를 바꿨다. 새로운 플랫폼은 ‘TNGA’라고 부른다. TNGA는 쉽게 말해 다양한 차종에 부품과 차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틀이다. 물론 TNGA는 하이브리드를 전제로 개발했다. 덕분에 뒷좌석 아래 공간에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502L로 이전 모델보다 56L 늘어났다.

두 번째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비교할 때 단골 메뉴가 바로 실내 공간과 연비다. 4세대 프리우스의 엔진은 1.8L 직렬 4기통이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98마력, 최대토크는 14.5㎏·m다. 기존 엔진을 개량해 열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40%까지 끌어올렸다. 디젤 엔진의 열효율과 맞먹는다.

모터 출력은 72마력이다. 아이오닉(43.5마력)보다 높다. 모터 출력이 높으면 전력 활용 범위가 넓고, 기름을 적게 쓰는 게 가능하다. 쉽게 말해 전기차 모드로 더 많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3세대 프리우스는 최고 70㎞/h까지 EV(전기차)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4세대 프리우스는 이를 100㎞/h 수준까지 높였다. 덕분에 60~70㎞/h 속도를 엔진의 도움 없이 EV 모드로만 달릴 수 있다. 연비 향상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은 물론이다.

세 번째로 저중심 설계가 있다. 한국도요타는 지난 22일 출시 행사에서 프리우스의 실용성과 함께 주행 성능을 강조했다. 차체 높이도 이전보다 20㎜ 낮췄고 운전자의 시트 위치도 55㎜ 내리는 등 전반으로 차체를 이전보다 낮게 설계했다. 이렇게 해야 공기 저항도 덜 받고 주행 안전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4세대 프리우스는 외관 디자인도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앞모습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맹금류의 표정을 닮았다. 뒷모습도 세로로 길게 배치한 리어램프를 둘러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도요타 측은 “가만히 서 있어도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주행 성능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얘기다.

프리우스를 지난 23일 시승했다. 코스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를 출발해 김포를 향하는 편도 50㎞ 구간이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제2자유로를 타고 김포까지 향하는 동안 정체부터 고속 구간까지 복합구간을 달렸다.

운전석 앞 계기판에 파워모드를 표시한 그래픽이 실시간으로 출력 동원 현황을 알려줬다. 시속 70㎞까지는 EV모드로 달릴 수 있었다. 그 이상 속도를 내면 엔진이 돌아갔다. 도심 주행이었기에 대부분 60~70㎞/h를 유지했고, 대부분의 구간을 엔진의 도움 없이 달릴 수 있었다.

주행 성능은 ‘모범생’ 같았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했다. 이 차량의 복합연비는 21.9㎞/L, 도심 연비는 22.6㎞/L, 고속도로 연비는 21.0㎞/L다. 실제 이날 시승 코스를 달려 보니 연비가 30.3㎞/L를 기록했다. 시승을 한 다른 기자들도 이와 비슷한 연비를 기록했다. 40㎞/L를 넘긴 기자들도 여럿 있었다. 도요타는 4세대 프리우스를 통해 하이브리드의 원조다운 개발 능력을 보여줬다. 가격은 3260만~3890만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