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셰어링 사업을 통해 풍부한 실증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LG그룹 내 계열사는 물론 자동차 제조사와도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론 전기차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에버온은 지난해 말 신규 대표이사로 박연정 전 LG CNS 공공/SGT 사업본부 마케팅 팀장을 선임했다. LG그룹 자회사 대표 중 여성은 박연정 대표가 유일할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였다. 박 대표는 임베디드기술 전문가로, LG CNS에서 디지털 교과서와 전기차 충전솔루션 개발, 국내외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등을 지휘했다. 회사에 전기차 셰어링 사업을 제안하고 자회사 에버온의 설립 과정에도 참여했다.

EV시대 개척하는 당돌한 여성, 에버온 박연정 대표

에버온은 LG CNS의 자회사로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 '씨티카'를 운영한다. 서울시 나눔카 사업자로 2013년 정식 출범, 현재 340대 이상의 전기차와 119개의 카셰어링 거점, 7만9,0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전기차 셰어링 사업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셰어링을 통해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의 장점을 알리고, 여러 대의 전기차와 충전설비 운영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는 것. 또 전기차의 주행성능과 효율, 배터리 성능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에버온 설립 과정에서 롤 모델로 삼은 게 프랑스 전기차 셰어링 업체 오토리브(Autoliv)라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오토리브는 프랑스 파리에서 소형 전기차로 카셰어링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그리고 오토리브의 모회사는 프랑스 전기차 개발업체 볼로레(Bollore)다. 카셰어링 사업이 전기차 배터리, 위치기반 시스템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한다는 실험장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EV시대 개척하는 당돌한 여성, 에버온 박연정 대표

"LG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두 분야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입니다. 지난 3년 동안 LG화학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운행하면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LG CNS의 시스템 구축 기술을 카셰어링 운영이나 충전기 관리 등에 접목할 수 있었죠. 전기차 사업과 관련 그룹 계열사들이 상승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양한 협업안을 제안하고 실행하고자 합니다. 또 GM이나 르노삼성차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들과 이미 많은 작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의 당면과제는 회사 수익성 강화다. 전기차 셰어링 사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올해부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제주도와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카셰어링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해외 전기차 인프라 사업에도 뛰어든다. 최근 한국전력이 에콰도르와 체결한 업무협약(MOU)를 통해 이 지역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운영 시스템 구축에도 참여한다.

"제주도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높고 충전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사업 구상 초기부터 제주 지역을 염두했던 만큼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와 대전 등 더 많은 지역에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전기차 셰어링 사업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차종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가 가장 기대하는 EV는 쉐보레 볼트(Bolt)다. 볼트(Bolt)는 GM이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공개한 신형 전기차로 한 번 충전하면 최대 320㎞ 이상 달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국내 시판 중인 전기차의 주행 가능거리가 100~150㎞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경쟁력이 뛰어나다.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다는 점도 에버온이 볼트에 주목하는 이유다.

또 르노의 초소형전기차 트위지 도입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주행 성능 등을 고려했을 때 단거리 관광용 차로 제격이라는 것. 제도 정비 등으로 트위지의 국내 주행이 가능해지면 제주 지역에 투입할 계획이다. 순수 전기차 외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도입도 고려한다.

"전기차만 고집하지 말고 내연기관차도 들여오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물론 수익성 측면에선 좋을 지 모르겠지만 회사 설립 목적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전기차 확대가 생각보다 더디다곤 하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한 3년 전보다 일반 소비자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이제 스마트폰이 기성 세대에게도 익숙해진 것처럼 전기차도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날이 곧 오리라 확신합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 [오토컷]자동차 미래는 판매보다 빌려주는 사업
▶ 기아차, 판매 자신하는 '니로' 국내 출시
▶ 현대차, "G70은 젊은 제네시스 위한 결과물"
▶ [시승]당돌한 막내, 폭스바겐 폴로 프리미엄 R-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