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강봉균표(標) 경제 공약’ 두 개를 어제 내놨다. 규제를 혁파해 기업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대책이 첫째 공약이다. 상황 인식에서나 처방에서나 옳은 방향이다. 2호 공약은 3% 성장 체제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치권의 언어에서 모처럼 들어보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우선 반갑다. 3% 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재정투융자 사업을 제안하고, 외국인 숙련공 유입, 교민청 신설, 교민에 이중국적 허용 등의 굵직한 공약을 제시한 것도 신선하다. 세제를 개혁해 성장촉진적 세제로 전환하겠다는 것도 전략적 성과가 기대되는 대선급 공약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과 가계부채 조정을 위해 한국은행의 양적 완화를 요구한 부분은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산업은행의 자본확충이 긴요하고 거대한 가계대출의 만기구조를 장기로 개편해야 한다는 절박성은 없지 않을 것이다. 조선업 등 기업구조조정이 시급하고 1200조원이 넘는 가계대출을 리스케줄링한다는 구상 자체도 나무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직접 발행시장에서 산금채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인수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일반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적절성과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수년째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펴온 미국 Fed도 양적 완화 정책을 펴면서 중립적이며 무차별적이어야 한다는 통화정책의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국가와 국민의 돈, 다시 말해 땀과 노력으로 형성된 돈으로 투명하게 시행하는 것이 맞다. 발권력을 동원해 찍어내는 돈은 당장 동원하기는 쉽지만 그 누구의 땀과 눈물도 아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또 그것 때문에 필시 방종을 부르고 나중에 더욱 괴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이 긴박하다면 그것에 걸맞게 직접 정부가 상환을 책임지는 정부 기채행위로 하는 것이 맞고, 한국은행은 그렇게 발행된 채권을 발행시장이 아니라 유통시장에서 자기책임으로 매입하는 올바른 수순으로 집행해야 한다. 양적 완화에도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