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표적항암제 등장으로 4기 폐암환자도 생존기간 1년 이상 늘어나"
폐암은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암이다. 매년 180만명의 환자가 새롭게 폐암에 걸린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19%는 폐암으로 사망하는데 그 숫자가 160만명에 달한다. 폐암이 생기면 만성 기침이나 숨가쁨, 어깨 등 가슴 팔 통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일부 환자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나타나 폐암 환자 3분의 2 이상이 말기에 진단된다. 이 때문에 ‘걸리면 죽는 암’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0년 전보다 2배 높은 23.5% 정도다. 표적항암제의 등장이 폐암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표적항암제가 등장한 뒤 4기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1년 이상 길어졌다. 기존 표적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출시되면서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약의 종류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 김상위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폐암분과위원장(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을 통해 폐암과 표적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폐암의 종류와 특징을 알려주세요.

“국내 암 발병률 중 폐암 발생률은 4위입니다. 남성환자가 70%, 여성환자가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폐암은 조직형에 따라 암 진행 속도가 빠른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합니다. 비소세포폐암은 선암과 편평상피세포암으로 나뉘고 일부 대세포암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전체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은 85%, 소세포폐암은 15% 정도입니다.”

▷폐암의 종류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른가요.

“유전자 검사가 활성화되기 전까지 폐암은 크게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했고 비소세포폐암 치료법은 대부분 동일했습니다. 하지만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표적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 특정 유전자가 발견되면 표적항암제로 1차 치료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표적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어떤 환자인가요.

“선암 환자에게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이 발견됩니다. 표적치료제가 널리 보급된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와 역형성림프종인산화효소 수용체(ALK) 변이도 주로 선암에 있습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비흡연자나 비특이적인 편평상피세포암 환자도 유전자 검사를 해 표적항암제 처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표적항암제 치료는 어떤 단계에서 활용하나요.

“유전자 검사를 통해 EGFR 변이 등이 발견되면 1차 치료부터 표적 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고 사항입니다. 다만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2기까지는 수술적 절제로 치료 가능합니다. 국소 전이가 일어나는 3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도 가능합니다. 원격 전이가 일어나는 4기에는 항암 치료를 하게 됩니다. 혈액종양내과에서는 4기 폐암 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조직 검사 시 유전자 검사를 함께 진행하는데 EGFR 변이가 발견되면 표적 항암제를 통해 치료합니다.”

▷폐암 표적항암제를 세대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1세대 표적항암제는 세포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EGFR 변이 수용체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억제합니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끝까지 붙어서 억제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2세대는 약물에 대한 내성이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1세대 표적 항암제는 EGFR 신호 전달 수용체 중 하나만 억제하지만 2세대 표적항암제는 여러 수용체를 광범위하게 억제합니다.”

▷두 약물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에서 환자에게 어떤 차이를 보였나요.

“2세대 표적항암제인 지오트립은 1세대 항암제인 게피티닙보다 폐암 진행 위험을 27%까지 줄였습니다. 지오트립 치료군에서 종양 크기가 줄거나 종양이 진행되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는 환자가 더 많았습니다. 18개월 시점에서 무진행 생존환자 비율은 지오트립군이 27%, 게피티닙군이 15%, 24개월 시점에서는 지오트립군이 18%, 게피티닙군이 8%였습니다.”

▷4기 판정을 받은 폐암 환자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치료제에 대해 충분히 소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약효는 어떤지, 부작용은 잘 관리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폐암 치료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고 표적항암제 외에 면역항암치료제도 개발됐기 때문에 앞으로 치료 기회는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폐암은 불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약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