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에서 ‘우선·특별채용’이라는 이름으로 고용세습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2769곳을 대상으로 단체협약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위법사항이 있는 단체협약은 1165개(42.1%)였으며, 특히 4곳 중 1곳이 넘는 694곳(25.1%)은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귀족노조’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상급단체별로 볼 때 소속 사업장 가운데 고용세습 규정이 있는 단체협약 비율은 민주노총이 37.1%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이라고 극렬하게 반대해 온 상급단체가 정작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었다는 얘기 아닌가. 내용을 보면 더욱 기가 차다. 고용세습 694곳 중 업무상 사고·질병 또는 사망으로 부득이 퇴사한 자에 대한 자녀 우선·특별채용(505곳)은 제외하더라도,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특별채용이 442곳, 업무외 사고·질병·사망자 자녀 우선·특별채용이 117곳, 장기 근속자 자녀 우선·특별채용이 19곳에 달했다. 심지어 노조가 추천하는 사람의 우선·특별채용도 5곳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구직자를 절망케 하는 이런 고용세습 단체협약은 불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 외 전직·전근, 징계·해고, 신규채용 시 노조 동의 필요 등 인사권 및 경영권 침해 조항까지 따지면 정상적 단체협약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노동부는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상급단체는 뻔뻔스럽게도 소송 등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어쩌다 노동현장이 이 지경이 됐나.

우선·특별채용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구직자들의 공정한 취업기회마저 앗아간 노조들은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위법한 단체협약임을 알고도 노조와 적당히 야합해 온 기업 CEO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기만 보장되면 된다는 무책임의 극치다. 더구나 이런 기업 CEO일수록 노동개혁을 죄다 정부에 미루기 일쑤다. 고용세습 문제는 기업 CEO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