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계의 대표적 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올해 50돌을 맞는다. 1966년 설립된 두 곳은 지난 50년간 국내 과학계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를 ‘과학기술 50년’으로 정하고 다양한 기념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D램에서 휴보·나로호까지…과학기술 50년 '600조 기적' 일구다
◆KIST·과총 설립 50년

4월을 과학의 달로 정한 것은 과학의 날(4월21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날 기원은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용관 선생 등 민족과학자들이 과학 대중화를 위해 진화론 창시자 찰스 다윈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된 1934년 4월19일 개최한 ‘과학 데이’가 시초다. 비록 이 행사는 일제의 방해로 명맥이 끊겼지만, 정부 수립 후 1967년 4월21일 과학기술처가 출범한 날을 과학의 날로 지정해 1968년부터 매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 과학의 날은 올해 49회째를 맞지만, 정부는 과학기술의 씨앗을 뿌린 KIST와 과총이 올해 설립 50년이 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올해를 과학기술 50년으로 기념하기로 했다.

KIST는 국산 1호 컴퓨터, 자동차와 반도체 원천기술 등을 개발하며 한국의 산업화와 과학 연구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항제철소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전자공업 육성 계획을 세워 반도체와 통신장비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

기술경영경제학회에 따르면 KIST가 출범한 1966년부터 2012년까지 창출한 경제가치는 595조원에 이른다. KIST에서 독립한 연구기관들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기술’로 1인 1전화 시대를 열고, 나로호와 다목적 실용위성을 개발하는 등 우주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1966년 연간 35억원이던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제 63조원에 이르고 연구원 수도 6000명에서 56만명으로 늘었다”며 “한국이 거둔 비약적 경제 성장은 50년간 과학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 조명

정부는 올해 지난 반세기 과학기술이 거둔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50년의 비전을 세우기 위해 국민과의 소통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오는 11월까지 그간의 과학기술 및 정책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찾는 ‘과학기술 50주년 대토론회’를 연다. 기초연구(3~5월), R&D 제도(7월), 기초과학연구원(7~11월), 글로벌 기후(9월), 바이오(11월) 등을 주제로 선정했다. 연말까지 정책·기술·대표 인물을 연계한 성공 스토리와 과학기술 역사를 정리해 ‘과학기술 50년사’도 발간한다. 최 장관은 “한국은 내수 침체·저출산·고령화 등 저성장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각계 의견과 평가를 수렴하고 신설된 과학기술전략회의와 바이오특별위원회를 통해 국가 R&D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풍성한 과학 행사도 많다. 다음달 2~3일 국립과천과학관 등 전국 5개 과학관에서는 과학문화제가 열린다. ‘4월에 떠나는 가족 과학여행’이라는 주제로 북 콘서트와 드론 체험, 과학 마술쇼 등이 펼쳐진다. 다음달 3일에는 과학기술인과 함께하는 열린 음악회가 방영된다.

16일에는 대전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선 탄동천 일대에서 대덕특구 연구자와 이공계 대학생이 참여하는 ‘과학기술인 숲 향기길 걷기축제’가 열린다.

‘제49회 과학의 날·제61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 행사는 21일 서울 성북구 KIST에서 열린다. 미래부는 2013년부터 과학의 날과 정보통신의 날(4월22일)을 합쳐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최대 과학 축전인 ‘대한민국 과학창의 축전(8월)’이 20주년을 맞았다. 미래부는 과학기술 50년을 맞아 올해 행사를 지난해보다 성대하게 열기로 했다. 미래부는 지난 25일 과학기술 50년과 관련한 통합 정보를 제공하는 공식 홈페이지(www.scienceall.com/science50/)를 개설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