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안보현01
안보현01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비치며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올라왔다. 2016년, 안보현은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모두에게 확인시켰다. 영화 ‘히야’로 단번에 주연을 따내며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방송 역사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는 최고의 화제작 KBS2 ‘태양의 후예’, 중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일드라마 MBC ‘최고의 연인’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안방에서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준비가 됐을 때 힘차게 달리고 싶었다는 안보현은 이제 막 출발선을 힘차게 지난 스타터다. 이제 막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안보현의 질주를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빠르지만 진득할, 안보현의 인상적인 등장을 주목한다.

10. 배우 안보현이 되기 전 어떤 삶을 살았나.
안보현 : 열심히 느리지만 천천히 한길을 고집하면서, 남의 시기 질투 안 사면서 살았다. 나는 내 갈 길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몰랐고, 연기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산 출신이라 표준어도 잘 구사 못 했고, 연기 학원을 계속 다녔다. 생활비를 위해서 아르바이트도 정말 많이 했다. 경기도에서 출발하는 대리기사 일도 하고, 선정릉역도 일부 내가 만들었다. (웃음)

10. 알차게 살았네.
안보현 : 나한테 잘 맞았다. 모델은 화려하지만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다. 건당 들어오는 일이 많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다. 그래서 모델일과 병행할 수 있는 일일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 편이다. 명절에는 택배 배달 아르바이트도 했다.

10. 모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안보현 : 복싱을 계속 해왔다.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미 각종 부상에 너무 시달리고 있었다. 뼈 부러진 곳도 많았고. 막연하게 직업군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모델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많이 추천해주더라. 그래서 19살에 모델학과를 체험하는 오리엔테이션을 가봤다. (김)우빈이도 처음 거기서 만났다. 나는 운동을 계속 하던 사람이라 빡빡머리로 갔는데, 전국에서 키 크고 멋있는 친구들이 다 오니까 못하겠구나 싶더라. 그런데 교수님들이 오히려 좋게 봐주셔서 모델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거지.

10. 모델로서도 잘 풀린 케이스 아닌가.
안보현 : 생각하기 나름인데, 모델로 입지가 좋지도 않았다. (웃음) 모델하면서도 회사 없이 늘 혼자 일했고. 최근 들어 모델 친구들이 회사 없이 거기까지 올라간 형이라고 인정해줘서 뿌듯하긴 하더라. 회사 없이 6~7개 쇼를 섰었으니까, 잘 풀린 거라고 봐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10. 하고 싶은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
안보현 : 너무 재밌다. 잘 맞는 건 잘 모르겠지만(웃음). 연기를 정말 꿈꿨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겁이 났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일단 정말 즐겁다. 살면서 죽어본 적도 없고, 로또를 맞아본 적도 없잖아. 그런데 연기로는 로또도 맞을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신선하고, 신기하다. 계속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고,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
안보현02
안보현02
10. 영화 ‘히야’ 주연부터 ‘태양의 후예’, ‘최고의 연인’까지, 그야말로 쾌속성장이다.
안보현 : 그동안 해둔 게 갑자기 보이는 것뿐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나는 부정적인 편이고, 운이 없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너무 힘들고 지쳤었는데 갑자기 많은 작품이 이렇게 한꺼번에 나오게 됐다. ‘히야’는 2014년에 찍었고, ‘태양의 후예’도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찍었다. ‘최고의 연인’은 ‘태양의 후예’ 촬영 한 달을 남기고 캐스팅됐다. 지금 ‘히야’도 개봉했고, ‘최고의 연인’, ‘태양의 후예’가 차례로 방송되니 뿌린 대로 거둔다는 느낌이다. 정말 행복하다. 28년 동안 좋은 일이 없다가 좋은 일이 생기니까 얼떨떨하다. 기분은 좋지만, 한 번에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10. 부정적인 편이라니, 의외다.
안보현 : 실제로 운이 없다. (웃음) 여행을 가면 비가 오고, 오디션을 앞두면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안 좋다. 그래서 항상 최악을 생각하고, 좋은 일에 감사함을 느끼자는 생각이다. ‘난 안 될 거야’ 하다가 되면 더 감사하지 않나. 최근 뜻밖에도 큰 운들이 한 번에 찾아와서 너무 감개무량하다. 최근에 영화로 무대 인사를 했는데, 정말 감격스럽더라. 최근에 다 끝나서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오고 있긴 하다. 중요한 시기고, 초심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10. 안보현이 연기를 시작할 때 생각한 초심이 무엇인가.
안보현 : 항상 아무 것도 몰랐던 때처럼 살자는 거다. 늘 궁금해 하고, 물어보고, 호기심을 가져야겠다는 것? 항상 연구하는 자세를 가지려고 한다. 계속 연기를 하다 보면 어렴풋이 연기를 알 때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때가 온다고 해도 난 계속 물어볼 거다. 물어보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요즘도 촬영을 하면서 항상 스태프 분들에게 물어보는데 ‘너 이것도 몰라?’라고 하는 분들이 한 분도 없다. 늘 상냥하게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씀해 주시지. 이런 게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한다.

10. ‘태양의 후예’ 촬영을 마치고 TV로 시청하는 기분이 어떤가.
안보현 : 마냥 아쉽다. TV로 내 모습을 보니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대신 작품적으로는 사전제작으로 미리 촬영을 마쳤기 때문에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 좋다. 방송을 볼 때마다 정말 꼼꼼하게 촬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10. 방송 4회 만에 시청률이 20%를 훌쩍 넘었다.
안보현 : 정말 생각도 못해본 숫자였는데, 너무 신난다. 시청률이 좋으니 마냥 행복하다. 중국에서는 방송 4회 만에 조회수 3억뷰가 넘었다고 하더라. 우리가 피땀 흘려서 했던 작품을 그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10.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이끌고 있는 알파팀에 속해 있다.
안보현 : 인기의 가지에도 못 낀다. (일동 폭소) 알파팀 5명 중 한 명이라는 게 너무 신기하다. 중국에 있다가 5명 중 마지막에 합류했다. 주위 분들은 ‘너 왜 안 나와, 왜 말 안 해’ 이런 분들도 있고 ‘정말 대단하다, 고생한다’ 하시는 분들도 있다. (웃음) 알파팀에 함께 속해서 임광남이라는 이름까지 있고, 정말 큰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큰 영광이다.

10. 송혜교, 송중기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안보현 : (송)혜교누나 같은 경우는 워낙 톱스타이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보고 후배들을 너무 잘 챙겨주시고 다정하셔서 정말 놀랐다. 연기적인 부분은 형들이 많이 알려줬다. (송)중기 형은 ‘네가 이쪽으로 와야 한 번이라도 더 나온다’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진구 형은 임중사에게 맞는 여러 가지 상황, 성격들을 많이 생각해 주셨다. 특히 임중사가 특별한 캐릭터가 없어서 알파팀 형들이 같이 고민해 줬다. 인물 설명에 임광남이 멜로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나와 있는데, 특별히 그걸 표현할 방법이 없더라. 그래서 알파팀의 저격수니까 액션 장면에서 어떻게 화기를 다루고, 어떤 방식으로 저격수답게 저격할지 형들과 많이 상의했다.
안보현03
안보현03
10. 군대는 다녀왔나.
안보현 : 물론이다. (웃음) 육군본부 의장대 출신이다. 육해공이 함께 있는 가장 큰 부대다. 현역으로 입대 했는데 키가 커서 차출됐다. 특히 내가 있었던 곳은 185cm 이상만 복무할 수 있었다. (웃음)

10. 실제 군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안보현 : 운동을 오래 했기 때문에 군 생활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다만 내가 말이 워낙 없는 편이라 군대 선후임들이 날 힘들어했던 것 같다. 말은 없지만 의리는 있어서 그게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군 생활을 함께 한 선후임 9명이 지금까지도 자주 만나고, 서로의 생일이나 아이 돌 같은 행사 같은 것도 잘 챙긴다. 이번에 영화 ‘히야’도 모두 모여서 같이 보러 와줬다. 아까 운이 없는 편이라고 했는데 운이 없는 대신 인복이 많은 편이다. (웃음)

10. 실제로 직업군인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안보현 : 군인이 체질에 맞을 것 같았고, 복무해보니 체질에 맞더라. 실제로 군대에 있을 때도 간부님들이 장기하사를 하라고 할 정도였다. 당시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어서 직업군인을 심각하게 고민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된 삶을 찾는 게 맞는 것인가 고민하다가,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자고 결정했다.

10. 알파팀의 호흡은 어땠나.
안보현 : 카메라가 돌아갈 때와 안 돌아갈 때가 다를 게 없다. 알파팀 5명이 항상 붙어 다니고, 숙소에서도 같이 잤다. 숙소에서 보드게임하고, 남자들끼리 닌텐도 위로 게임하고 그랬다. (웃음) 송중기, 진구 형님이 닌텐도 위 게임하는 모습 상상해 본 적 있나. 그리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태양의 후예’는 로맨스도 중요하지만, 브로맨스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카메라에 우리의 진짜 의리가 다 안 담겨서 조금 아쉽다. 앞으로 알파팀의 더 재밌는 이야기가 보일 거라 생각한다.

10. 안보현은 서대영 라인인가, 유시진 라인인가.
안보현 : (웃음) 임광남의 입장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는 대답에) 임광남은 서대영 라인인 것 같다. 안보현은 카메라는 유시진 형이랑 많이 잡히는데 찾기는 서대영 형을 더 많이 찾는 것 같은데(웃음).

10. 영화 ‘히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주연을 따내기 위해 6번도 넘게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쳤나.
안보현 : 나도 첫 주연이었지만, 감독님 역시 첫 입봉작이었다. 주연을 신인에게 맡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셨을 거다. 도박이었겠지. 그래서 계속 여러 번 테스트를 봤다. 첫 만남 이미지도 좋고, 리딩해 보니 다른 느낌이 있다고 하시더라. 맨 처음 감독님을 만나러 갈 때는 나를 멋있게 포장해서 갔다. 머리도 막 세우고, 말투도 멋있게 하려고 하고. 그러다 극 중 진상이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안보현인데, 그냥 인간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중에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내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모습을 좋게 보셨다고 하더라.
안보현04
안보현04
10. 차승원, 강동원, 김우빈 등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톱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기대도 있겠지만 부담감도 있겠다.
안보현 : 겉으로 보기에는 잘 된 모델 출신 배우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잘 안 된 사람이 더 많다. 잘 된 사람만 보여서 그런 거 아닐까. 나는 그분들이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나를 모델 겸 배우 안보현이라고 소개하고 있고, 기사나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내가 표현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연기로 신인배우 안보현, 더 나아가 언젠가는 배우 안보현이라는 수식어를 꼭 듣고 싶다.

10. 현재 일일드라마 ‘최고의 연인’에 출연 중이기도 한데.
안보현 : 정말 재밌고,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다. 특히 선배님들이 너무 좋다. 이아현 선배님과 최근 러브라인을 막 시작했는데, 밀당을 하면서 우리가 드라마의 웃음코드를 담당하고 있다. 드라마가 약간 무거워질 때마다 그 무게를 해소하는 감초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 편하게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다.

10.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연이어 안보현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가족들이 특히 좋아하겠다.
안보현 : 내게는 가족이 1순위다. 부모님이 영화를 보시고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다. TV 나온다고 했을 때도 ‘그래봤자 몇 초 나오겠지’ 하셨던 부모님이었다. 전혀 인정을 안 해주셨는데 영화 크레딧에 내 이름이 올라오는 걸 보고 ‘열심히 했구나, 고맙다’ 하시는데 정말 찡하더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더 많이 보일 수 있도록 더 좋은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특히 할머니는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침침한데 ‘히야’를 두 번이나 봤다고 하시더라. 할머니한테 더 많은 작품 보여드리고, 할머니 친구 분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고 싶다.

10. 어떤 배우, 어떤 사람 안보현이 되고 싶나.
안보현 : 배우 안보현이라는 수식어가 욕심난다. 또 내 이름도 좋지만,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 연기와 캐릭터로 ‘안보현 색깔 있다, 매력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조급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오래가는 배우가 되기 위해 나는 천천히, 차근차근 갈 거다. 오늘 이런 면을 보여줬다면, 내일은 다른 면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의 힘이 되고 싶다. 이게 효도가 아닌가 싶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