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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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라는 부분 말고 무대나 음악 같은 부분에서 앨범을 낼 때 신중하게 노력하기 때문에 숨어 있는 노력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신화 전진이 27일 콘서트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룹 신화에게 장수 비결을 묻는 것이 단골 질문이 됐다. ‘최장수 아이돌’이란 수식어는 영광스럽고 역사적인 타이틀이지만, 동시에 신화의 노력을 ‘최장수’에 한해서 보게 만드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화는 ‘최장수 아이돌’이란 타이틀 없이도 쟁쟁한 아이돌 사이에서 충분히 자신의 내공과 기량으로 무대를 빛낼 수 있는 그룹이다. 무대와 음악을 위한 신화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숨어 있는 노력을, 지난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신화 데뷔 18주년 기념 콘서트 ‘히어로(Hero)’에서 확인했다.

# Endless Love, 끝나지 않은 신화 매력 입구

콘서트는 오프닝부터 놀라움이었다. 이미 신화가 기자회견을 통해 “수없이 앨범을 내면서 빛을 발하지 못했던 노래들로 구성했다”고 예고했지만, 첫 곡부터 ‘엔드리스 러브(Endless Love)’가 흘러나올지 예상하지 못했다. ‘엔드리스 러브’는 신화 5집 앨범 수록곡으로, 신화의 숨은 명곡으로 꼽히는 노래. 신화는 콘서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곡을 오프닝으로 선곡하면서 이날 콘서트의 정체성을 확실히 밝혔다. 이날 콘서트의 가장 큰 선물은 오랜만에 보는 주옥같은 곡들의 무대였으리라. ‘유어 맨(Your man)’, ‘영 건즈(Young gunz)’, ‘하우 두 아이 세이(How do I say)’, ‘늘 내가 원하는 것은’, ‘더 데이즈(The days)’, ‘열병’, ‘아직 못다한 이야기’, ‘기브 잇 투미(Give it 2 me)’ 등 반가운 노래들이 세트리스트에 대거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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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본은 필요 없다! 신화표 토크 콘서트

신화에겐 대본 따위 필요 없다. 갑자기 막춤을 추라면 추고, 개인기를 하라면 해야 한다. 팬들이 멤버의 이름을 연호할 때면, 거절은 거절한다. 심지어 멤버들도 몰랐던 깜짝 영상도 등장하는 시간까지. 신화에게 있어 대본은 최소한의 진행을 위한 장치였고, 멘트 시간은 다음 노래를 소개하는 시간이 아닌 신화가 펼치는 또 다른 예능이었다. 심지어 가사도 필요 없었다. 신화는 ‘더 데이즈’ 무대에서 ‘그녀’ 대신 전진의 본명 ‘충재’를 넣는 개사를 즉석에서 선보였다. 결국 김동완이 웃음을 터트렸다.

‘늘 내가 원하는 것은’에 앤디의 보컬이 담겼다는 계기로 에릭의 노래와 신혜성의 랩을 선사하는 것도 신화 콘서트다운 전개였다. 데뷔 18주년 신화가 무려 연습생 시절 연습했다는 랩과 아카펠라를 깜짝 맞춰보는 것을 누가 예상했으리라. 신화도 웃었다.

# ‘꽃보다 신화’를 해야 하는 이유!

신화 콘서트의 백미 중 하나는 바로 콘서트 영상이다. 신화는 매콘서트 역대급 코믹 영상을 탄생시킨다. 이번 콘서트에는 오래만에 JTBC ‘신화방송’의 재림을 보는 듯 멤버들의 게임 버라이어티로 채워졌다. 그러나 이 속엔 거대한 계략이 있었으니 바로 멤버들의 전진 몰래카메라(이하 몰카)와 전진의 역몰카였다.

26일 토요일 콘서트에서는 전진이 몰카를 당했다는 내용까지만 공개됐으나, 27일 콘서트엔 전진의 역몰카 전말이 드러났다. 전진은 엔딩 멘트 시간에 “보여줄 영상이 있다”며 멤버들에게 역몰카가 담긴 영상과 메시지를 공개했다. 콘서트 현장에서 이를 확인한 멤버들은 멍한 표정이었다. 이민우는 “영화 한 편 보고 나온 기분이다”며 웃기도 했다. 신화의 예능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벤트였다. 신화는 기자회견에서 “단체예능을 꼭 하고 싶다”며 나영석 PD의 tvN 예능 ‘꽃보다 청춘’에 야망을 드러내고 즉석 삼행시를 짓기도 했다. 나영석 PD가 콘서트 영상을 본다면, 바로 신화에 러브콜을 보내지 않을까? ‘꽃보다 신화’ 보고 싶습니다.
신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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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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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날리는 주황빛이~, 같이 걸어요~”

신화의 깜짝 선물은 계속됐다. 앙코르 무대가 시작되기 전 김동완만이 기타를 매고 무대에 등장했다. 김동완은 “멤버들이 안오니까 내가 노래 한 곡 할게요”라며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갑작스레 들려줬다. 노래 중간, 이민우가 등장했다. 이들은 ‘벚꽃엔딩’ 가사 중 ‘흩날리는 벚꽃잎이’를 ‘흩날리는 주황빛이’로, ‘둘이 걸어요’를 ‘같이 걸어요’로 바꿔 의미를 더했다.

이날 펼쳐진 1만 5,000 주황빛은 ‘흩날리는 주황빛이’란 말이 어울리는 장관이었다. ‘퍼펙트맨’, ‘원스 인 어 라이프타임(Once in a lifetime)’, ‘표적’, ‘브랜드 뉴(Brand New)’ 등 떼창과 응원법의 전율을 일으키는 무대도 있었다. 모두 주황빛 파워였다. 이민우는 이날 하반기 새 앨범을 예고하면서 “기왕이면 연말시상식까지 가겠다. 주황색 오렌지 파워가 얼마나 센지 보여 줍시다”고 말했다. 꺾이지 않는 신화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화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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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들이 저희의 히어로다”

신화 데뷔 18주년 기념 콘서트의 타이틀은 ‘히어로’, 즉 영웅이다. 콘서트는 신화와 신화창조가 서로의 영웅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전진은 “여러분이 저희를 히어라고 생각한다 들었다”며 “여러분들이 저희의 히어로다”고 감동적인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아이돌이 해마다 데뷔를 기념해 체조경기장이란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최고의 영광이자 영웅이란 증거 아닐까. 이날 에릭은 “20주년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계속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 달라. 아마 20주년에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예고했다. 주경기장은 잠실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3만에서 10만까지 관객을 수용하는 대규모 야외공연장이다. 히어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예고였다. 동시에 신화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최장수 그룹’이 아닌 ‘역사를 쓰는 그룹’이란 점을 확인케 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신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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