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 지역구 944명, 비례대표 158명 등 1102명이 후보 등록했다. 후보들의 신고사항만으로도 놀랄 정도다. 전과자들이 넘치고 세금체납자도 너무 많다. 병역미필자도 국민 평균치의 8배나 된다. 포퓰리즘에 젖은 싸구려 정치와 저급 국회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 유권자들이 예사로 긴장하지 않으면 20대 국회도 기대할 게 없게 된다.

무엇보다 범죄전력자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많다. 입후보자 중 426명(38%)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전과경력자다. 지역구에선 더욱 심해 944명 중 384명(41%)이나 된다. 과거 민주화과정의 ‘시국 사범’도 있지만 온갖 유형의 ‘잡범’들이 많다. 전과기록이 10건이나 되는 후보도 둘이나 있다. 최근 5년간 세금체납자도 지역구에서만 129명(14%)에 달한다. 세금까지 체납하면서 당장 선거기탁금 1500만원은 무슨 돈으로 내는지 모르겠다. 지역구 남성후보 844명 중 군미필자도 143명(17%)에 달한다. 일반 국민의 병역 면제비율이 2% 안팎인 것과 아주 대조적이다. 전과기록에 세금체납에 병역미필까지 겸한 소위 ‘3관왕’도 여럿이다.

이들이 국회를 장악해 법이란 이름 아래 온갖 규제를 만들어내고, 행정부를 호령하고, 법원을 윽박지르게 된다. ‘갑질 국회’를 넘어 ‘입법 독재’라는 19대 국회에 대한 비판이 그저 나온 게 아니었다. 2012년 법개정에 따라 금고형 이상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전과 공개 기준이 강화되긴 했지만 범죄자 비율은 18대, 19대를 거치면서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부류들에게 입법부를 맡기자고 세금 내는 게 아니다.

여야가 장기간 심사를 거쳐 정당공천을 했다는 게 이 정도다. 도대체 뭘 봤는지도 모르겠다. 국민을 이끌겠다며 선거 때면 여의도 정치권을 맴도는 무수한 ‘3류 시민’들의 수준을 알 만하다. 이 비율대로 가면 20대 국회도 영 희망이 없다. 유권자가 두 눈 부릅뜨고 잘 뽑는 수밖에 없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내줄 후보자별 자료부터 잘 살펴봐야 한다. 냉소와 무관심이 저질 정치를 키우고, 우중민주주의는 경제도 사회도 퇴보시킬 뿐이다.